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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분규타켤 의미|『편집권독립』구체화 첫 케이스|정수장학재단 비화 예방 의도|「인사권」은 예의협약으로 처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국언론사상 처음으로 신문발행중지 사태를 빚었던 부산일보분규가 「노조의 편집국장 3인추천제」를 별도협약서 형식을 빌어 노사간에 합의, 타결됨으로써 구체적인 방법으로 편집권 독립을 명시한 첫 「케이스」가 되었다.
르몽드지, 프당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지등 구미신문의 경우 기자들의 주식소유등 경영참여를 통해 편집권독립을 보장하고 있으나 노조가 편집국장 인사에 적극 개입하는 방식은 부산일보가처음.
분규 초기단계에서 윤임술사장이『직장폐쇄를 불사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혀 감정대립의 차원에까지 비화됐던 부산일보사태는 13일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부산일보를 들러 상황을 파악한뒤 기자회견을 가짐으로써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됐다.
간부사원의 사장퇴진 결의, 재단이사회의 사장및임원진 사표반려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부산사태는 신문발행인협회의 『부산노조 요구는 편집권 침해』라는 성명과 언노협의 연대투정 결의 반박성명으로 첨예화되면서 전국언론사의 문제로 번졌다.
극한으로 대림, 장기화 국면을 보이던 부일사태는 14일 간부사원비상대책회의가 수습안을 제시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됐다.
국장단과 논설위원등 간부40여명으로 구성된 간부사원비상대책회의는 14일 오후 전체회의에서『노조의 편집국장3인추천제를 단체협약안에 명기하지 않고 별도의 협약서를 통해 보장한다』는 수습안을 제시했다.
노조측은 윤사장이 사퇴할 경우 간부사원의 수습안으로 새경영진과 협상에 임하겠다는 태도를밝힘으로써 운영재단인 정수재단은 15일오후 서울호텔·신라에서 윤사장을 제외시킨 가운데 긴급이사회를 열고 윤사장을 해임, 송정제전무등 임원4명으로 수습대책위를 구성해 협상이 구체화됐다.
회사측은 미타결된 3개항중 가장 쟁점이 됐던 편집국장복수추천제를 간부사원들의 수습안대로 단체협약안이 아닌 별도의 협약서를 통해 수용했다.
편집국장추천제를 극구부인하던 회사측이 이같이 노조측의 주장을 수용한 것은 노조측의 끈질긴 파업결의와 자칫 정수재단측으로 비화될지도모를 화살을 막아보자는 의도가 개재됐다는 시각도 있다.
부일사태는 표면적으로는 해결됐으나 노조는 「회사의 인사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합의내용과「편집국장후보3인추천제」라는 회사의 인사권에 대한 예외적인 제약이 모순점을 갖고있다는 점, 그리고 정수재단 소유의 부일처럼 원천적으로 관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갖고있는 타 언론매체에 미칠 영향, 제5공화국 출범이후 억제됐던 독자들의 민주언론에 대한 욕구수용등 아직도 해결돼야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부산=조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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