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만 트집잡는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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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북한에 대해 학생들의 남북한 국토순례와 친선경기 개최를 제의했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 대학생들이 제기하고 북한측에서 지지해온 기본내용을 수용하고 이를 한층 전진시켜 상호순례로 발전시킨 교류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이 제의문서 접수를 거부함으로써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접수거부 이유는 『학생들의 교류문제에 정부당국이 끼여들어 주선하고 간섭할 이유가 없다』 는 것이다.
이 학생교류 제의와 거부의 문제점, 남북의 견해차이는 세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그 첫째가 교류주선의 주체문제다. 우리 정부는 「교섭창구의 일원화」 원칙에 따라 당국이 주체가 되어 교류를 주선하고 학생은 교류의 객체(대상)로서 실제로 남북을 왕래하면 된다는 태도다. 즉 정부는 주선의 주체이고, 학생은 실행의 주체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서신접수를 거부한 이유도 여기에 걸고있다. 학생들도 통일문제는 민간차원에서 주동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절차문제에 얽매인다면 남북관계는 진전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를 주선할 실무상의 필요성과 책임이 있는 합법적 주체임을 부인할수없다. 거기에는 행사진행, 신변보호등 정부만이 할수있는 많은 기술적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절차협의 과정에 학생대표가 대표단의 일부로 참여할수는 있을 것이다.
둘째의 문제점은 교류 범위의 문제다. 당초 이 문제가 제기됐을때는 대학생들의 국토 순례와 대동제및 체육대회였다. 정부는 이것만을 수용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대학생 제의를 수락하면서 「기타 조국통일을 위해 필요한 사항」도 포함시키자고 주장한 이래 이슈가 이산가족문제, 올림픽 공동개최 등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학생들의 행사는 학생이 할수있는 문제에 국한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통일에 관한 기본문제나 정치, 군사적인 문제는 각기 전문적인 담당주체가 엄연히 있으므로 아직 미숙한 학생들이 간여할바가 못된다. 그것은 오히려 통일을 어렵게하여 지연시킬 뿐이다.
세째의 문제점은 휴전선을 넘은 상대방지역의 왕래 문제다. 북한은 남북한 학생들이 각기 자기 지역에서만 행사를 하고 판문점에서 모였다가 되돌아가자는 의도다. 남한의 대학생이 북으로 가거나 북한의 대학생이 남한으로 오는것을 원치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학생들의 주장을 지지한 이상 그런 소극적, 폐쇄적인 자세도 고쳐야한다.
우리 학생들은 당초 국토순례도 각기 자기 지역에서 하자고 제의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상대방지역의 행진이 목표다. 4·19이래 우리학생들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일관성있게 외쳐왔다. 그 목표지점은 『백두에서 한라까지』라고 명시하여 노래까지 부르고 있다. 상호왕래가 보다 전진적 교류라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지난 5월28일 남한의 통일 염원 사회단체 일동 명의로 학생들의 교류계획을 지지하여 발표된 시국 성명도 『남북의 청년 학생들이 함께 어깨를 걸고 국토순례 대행진을 하고 체육대회를 한다면』 남북관계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학생들이 각기 상대지역에 들어가 함께 행진하는 것을 전제한다. 북한은 이 성명을 지지한바 있다. 북한이 지지한 대학생 체육대회도 서울과 평양에서 열기로 돼있는 만큼 학생들이 휴전선을 넘는 문제에 주저해선 안된다.
이번 정부제의가 실현된다면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에의 접근에 중요한 바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거부를 철회하여 우리학생들을 받아들이고 북한학생들을 보낼 준비를 갖춰야한다. 하찮은 절차문제를 트집삼아 교류를 기피한다면 궁색한 처지만 노출할 뿐이다.
우리 학생이나 재야도 북의 장난에 뇌동하지 말고 보다 진전된 정부제의가 실현되도록 합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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