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정신차려라”…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에 쓴소리

유정복 인천시장.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정신 차리고 국민의 언어로 말하라.”

유정복 인천시장(자유한국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및 당 지도부에 던진 말이다. ‘몰상식한 발언.,,’ 운운하며 대 놓고 쓴소리를 했다. 유 시장이 홍 대표와 당 지도부를 싸잡아 비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실향민 2세로서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앞서 지난 27일 홍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문재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했다”는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남을 비판하지 않기로 소문난 유 시장이 공개석상에서 홍 대표 등을 비판한 것은 홍 대표의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도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 대표만 조용히 있으면 된다”는 말이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나올 정도이다 보니 유 시장이 홍 대표와 선 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 시장은 30일 오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이제는 할 말 하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사진은 유 시장이 SNS에 올린 글. [사진 유정복 시장 페이스북 캡처]

유 시장은 글에서 “나는 인천시장으로서 오직 시정에만 전념하면서, 일체의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왔다”며 “지금 위기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지켜만 볼 수는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적었다.

이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도 했다.

“집권 경험 가진 야당,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유 시장은 “보수 야당인 남북정상회담의 합의가 제대로 이행돼 완전한 북핵폐기와 한반도평화정착기반 조성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지켜봐야 할 때”라며 “북핵폐기와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집권경험을 가진 야당으로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유 시장은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세웠다. 그는 “문재인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환상적 미래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숱한 과제와 함께 예상되는 위험성도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올바르게 알려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어떠한 통일전략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