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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스모계 ‘금녀(禁女) 전통' 깨지나. "긴급, 비상시는 여성도 도효 오를 수 있어"

중앙일보

입력

응급처치를 하려는 여성 의료진을 스모 씨름판(도효·土俵)에서 내려가라고 해 물의를 빚었던 일본 스모협회가 “긴급·비상시에는 여성도 도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일본 스모 경기. [AP=연합뉴스]

일본 스모 경기. [AP=연합뉴스]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스모협회는 28일 도쿄 료코쿠(両国) 국기관에서 ‘도효와 여성에 관하여’라는 주제의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핫카쿠(八角) 스모협회 이사장은 회의 후 담화문을 발표, 지난 4일 교토(京都) 마이즈루(舞鶴)시에서 열린 대회 도중 졸도한 사람을 응급처치하려 도효에 올라간 여성에게 “내려가라”는 방송을 했던 것에 대해 재차 사과하며 “여성은 도효에 올리지 않는 것이 스모의 전통이었지만, 긴급시, 비상시는 예외”라고 밝혔다.

핫카쿠 이사장 "생명 위급 등 비상시는 여성도 허용" #금녀 원칙에 대해 외부 의견 들어 검토 계속할 방침 #여자 어린이 참가 제한한 '꼬마 스모' 대회도 중지

핫카쿠 이사장은 또 “사람의 생명이 위협 받는 상황은 예외 중의 예외”라며 “당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녀(禁女) 원칙’의 폐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스모협회는 “앞으로 외부 분들의 의견을 들으며 검토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스모계는 약 1400년 간 “신성한 장소”라는 이유로 도효에 여성이 들어오는 것을 엄격히 금해 왔다. 그러나 이런 금녀(禁女) 전통이 성차별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원칙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2004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스모 시범 경기. [중앙포토]

2004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스모 시범 경기. [중앙포토]

이번 이사회는 지난 6일 효고(兵庫)현 다카라즈카(宝塚)시에서 열린 스모 대회에서 도효에 올라 인사말을 하려다 거절 당한 나카가와 도모코(中川智子) 여성 시장이 스모 협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 계기가 됐다. 2000년애도 여성인 오타 후사에(太田房江) 오사카부 지사가 도효 위에서 시상하려다 스모협회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자 일본 전국 여성 지자체장들은 문부과학성에 ‘도효 금녀 원칙’ 철폐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핫카쿠 이사장은 28일 “스모 관객은 물론 일반인들의 의견을 조사해보려 한다”며 “우리에게 논의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협회는 또 여자 어린이의 참가를 금지해 비난 받았던 ‘꼬마 스모’ 행사도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앞서 협회는 시즈오카(靜岡)시에서 열린 어린이 스모 경기에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여자 어린이들의 참가를 제한했다. 협회 측은 “일단 행사를 중단하고 여성의 참가를 포함해 진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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