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도·식당에서도…국민 시선 잡은 남북 정상회담 중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오전 9시20분 대구시 남구 한 기사식당. TV에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본 50대 손님이 식당 사장에게 다가가 "드라마 말고 뉴스를 틀어달라. 역사적인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사장이 TV 채널을 돌리자 마침 북측 판문각에서 수행원들에게 둘러싸여 걸어나오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본 식당 손님들은 저마다 "나온다. 나온다"라고 말하며 잠시 수저를 내려놨다. 화질이 고르지 못한 북한 방송에서만 보던 김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한 TV에 비춰지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27일 오전 대구시 남구 한 기사식당에서 손님들이 남북회담을 중계 중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7일 오전 대구시 남구 한 기사식당에서 손님들이 남북회담을 중계 중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온 택시기사 김승업(55)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하는 낯선 장면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며 "모두가 원하는 대로 남북이 뜻을 합쳐 더 이상 국민들이 전쟁 때문에 불안해 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대변인실. 직원들이 경북도민체전으로 정신 없이 바쁜 와중에도 사무실 벽면에 설치된 TV에 시선을 빼앗겼다. 남북 정상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생중계되는 것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어서다.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나눌 때는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대변인실 직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사진 경북도]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대변인실 직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악수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사진 경북도]

경북도 관계자는 "어젯밤부터 남북 정상이 만나 무사히 대화를 나누길 바라는 마음에 밤잠까지 설쳤다"며 "27일 하루 동안만이라도 남북이 갈등을 내려놓고 서로 화해와 협력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7일 오전 문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지면서 직장과 식당, 병원, 기차역, 학교 등 가릴 것 없이 국민들의 시선이 TV로 쏠렸다. 이는 남북 협의로 두 정상이 악수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생중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서 만들어진 진풍경이다.

공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송욱재(33·대구 달서구)씨는 "문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이 마주 앉아 환담을 나누는 장면 자체가 다시는 볼 수 없는 역사적 장면"이라며 "오늘 하루 종일 TV를 보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에서 인터넷으로 남북회담을 지켜본 김정아(29·여·대구 달성군)씨는 "진실로 평화와 화해를 위한 정상 회담이 되길 바란다"며 "과거 반복됐던 것처럼 북한은 평화와 교류를 앞세워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남한은 무작정 퍼주기만 해줘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