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문화교류 어떻게 해야하나|판문점서 만나 「무이념의 마당」펼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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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예술공연단이 서로 오고 갈 즈음인 85년9월 나는 제21차 국제음악회의(IMC) 에 참가하기 위해 동독 깊숙이 자리한 문화적 옛도시 드레스덴에 갔었다.
동·서 베를린의 명색뿐인 검문소를 넘나드는 동·서독의 자동차 행렬, 서베를린의 관광버스 안내양이 동베를린 거주자라는 사실, 그리고 서독 IMC 대표인 하노버음대학장「야코비」씨가 자기의 벤츠승용차로 회의장소인 드레스덴·라이프치히·동베를린 등을 자유로이 여행하는 모습등에서 우리들(조상현·김자경씨와 필자)은 북한대표인 강영희(조선음악동맹 서기장)·석희숙·이용기 등과 더불어 그 당시 우리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동·서독간의 개방된 모습에 압도되고 또한 부러워했다.
그래서 우리들 음악인만이라도 이렇게 제3국에서 만날 것이 아니라 평양과 서울을 서로 오가며 만나자고 다짐했다.
16년전의 7.4공동성명과 남북조절위원들의 남북왕래, 그리고 85년의 이산가족 고향방문단·남북예술공연단의 교환공연등은 우리를 얼마나 놀라게하고 기쁘게 했으며, 또한 실의에빠뜨리고 분노케 했던가.
제6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경색 일변도이던 그간의 억압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 일시에 터져나왔을뿐 아니라 우리시대의 민족사적 비원인 남북통일에 대한 의지도 그어느때보다 고조되었다.
강대국들의 정치적 흥정에 의해 같은 겨레가 갈라져 살아야 했던 40여년간의 단절, 그 단장의 비운을 더이상 감수할수만은 없다며 한핏줄을 찾는 동족애의 순수한 갈망이 광범위한 계층으로 확산, 고조된 것이다.
이갈은 분위기는 정부당국자로 하여금 대북관계에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실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개방과 선의의 동반자적 의지를 강렬하게 표명토록 했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이같은 선언만으로는그동안 남북간에 굳게 닫혔던 문이 별안간 활짝 열릴리 만무다.
시성 「괴테」는 『예술에 의한 것만큼 확실히 세상을 도피하는 것도 없다. 그리고 예술에 의한 것만큼 확실히 세상과 결합하는 것도 없다』고 갈파했다.
그렇다. 지금까지 남북한 쌍방이 지녀온 불신을 씻고 서로를 이해하며 민족의 동질성을 되찾는 민족통일 대화합을 위해 문화교류보다 더 좋은 방법은 흔치 않을 것이다.
남북한이 문화적으로 통합된 공동체를 지향함으로써 차츰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공동체를 이루는데큰 역할을 할수 있다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지난 6일 예총이 민족의 대축제 대향연을 마련하자고 산하 10개단체의 한결같은 의지를 모아 천명한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다.
다행히 이번 7.7선언은 「짝사랑」의 우려보다는「서로 사랑」의 가능성을 훨씬 크게 하는 내용이어서 북한축이 그 어느때보다도 한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게 한다.
남북의 예술인들은 이데올로기 투쟁이나 정치적 갈등을 초월하여 순수한 예술인의 자세로 인류 평화에 이바지하는 예술적 정신의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한마당축제를 통해 통일의 열망을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간절한 염원이 행여 정부차원의 당국자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차단되는 일이 없도록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을 모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면서 서울과 평양 또는 판문점에서 펼쳐질 남북예술대축제의 한마당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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