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이름 석 자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을까.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전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정하는 당내 경선에서 친문(친문재인)계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24일 밤에 발표된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선에서 최재성 전 의원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영입한 송기호 변호사를 누르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최 전 의원은 경선 유세 때 ‘문재인의 복심’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다녀 송 변호사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최 전 의원(60.4%)은 송 변호사(39.6%)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당 안팎에선 ‘문재인 마케팅’이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출전 선수가 모두 정해진 17곳의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에서도 친문계는 호성적을 거뒀다. 경선을 치른 11곳 중 뚜렷한 친문계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가 나선 곳은 광주(이용섭)·인천(박남춘)·대전(박영순)·경기(전해철)·충남(양승조)·전남(김영록)·제주(문대림) 등 7곳이고, 그 중 대전과 경기를 뺀 5곳에서 승리했다. 승률을 따지면 71.4%에 달한다.
친문계 핵심이 명백하게 패한 곳은 전해철 의원이 나섰다가 이재명 전 성남시장에게 밀린 경기지사 경선 정도였다. 전 의원도 패하긴 했지만 초반 인지도 열세와 현역 의원 10% 감점에도 불구하고 36.8%의 득표율을 올려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뚜렷한 친문계가 없던 서울시장 경선에선 박원순 현 시장이 박영선·우상호 의원을 여유 있게 제쳤다.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이 확정된 부산(오거돈)·울산(송철호)·강원(최문순)·경북(오중기)·경남(김경수)·세종(이춘희) 등 6곳의 경우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친문계의 핵심 김경수 의원을 비롯해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등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대부분이다.
친문계가 선전한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지금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진 국민의당이 이미 분당을 하면서 민주당 내에는 비문계가 많지 않아 친문계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또 하나는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세가 경선 후보를 향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 열기가 뜨겁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의 직·간접적인 인연을 가진 후보가 경선 때 이를 적극 활용하는 ‘문재인 마케팅’을 했고 그게 적중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 때 ‘문재인’ 들어가면 10~15% 차이”
경선을 앞두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이름을 경선 후보들이 사용하는 문제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화로 여론조사를 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관’이란 표현 대신 ‘19대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관’으로 후보 경력을 소개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결국 당내 주축 세력인 친문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민주당 의원 사이에선 “(여론조사 때 경력에) 문 대통령 이름이 들어가면 (지지율에) 10~15% 정도 차이가 생긴다”는 게 정설로 여겨진다.
친문계와 치열한 경선을 치른 비문계가 후유증을 겪고 있는 부작용도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전해철 의원 측과 뜨거운 공방을 주고받은 이재명 전 시장은 경선이 끝난 뒤에도 ‘혜경궁 김씨(@08_hkkim)’ 트위터 계정이 누구 것인지와 보수 성향의 일간베스트(일베)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력과 관련해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