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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아동 포스터에 실렸던 남매…37년만에 프랑스에서 발견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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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신고된 지 37년 만에 프랑스에서 발견된 남매가 어린이날인 5월 5일 꿈에 그리던 친부모를 만나게 됐다.

실종된 지 37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게 된 김모씨 남매. 1981년 실종 당시 10살과 7살이던 남매는 이듬해 2월 프랑스로 입양됐다. 김씨 남매와 양부모의 모습. [사진 충남경찰청]

실종된 지 37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게 된 김모씨 남매. 1981년 실종 당시 10살과 7살이던 남매는 이듬해 2월 프랑스로 입양됐다. 김씨 남매와 양부모의 모습. [사진 충남경찰청]

1981년 서울에 살던 김모(당시 10세)군과 여동생 김모(당시 7세)양은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충남 아산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갑자기 조부모가 사망하자 같은 마을에 살던 작은아버지가 이들 남매를 맡았다.

1982년 프랑스로 입양… 5월 5일 당진에서 친부모 상봉 #충남경찰청, 실종 당시 10살이던 오빠 사진 근거로 추적 #프랑스 현지 교민 도움받아 제과점 운영하는 남매 찾아

그러던 중 작은아버지가 남매를 서울로 데려다주던 길에 남매를 잃어버리고 만다. 작은아버지는 이런 사실을 남매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고 얼마 뒤 사망한다.

친부모는 뒤늦게 남매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됐다. 남매는 몇 년간 실종 아동 포스터에 실리면서 전 국민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실종된 지 37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게 된 김모씨 남매. 붉은 색 원 안의 아동은 실종 아동 포스터에 등록된 김씨 사진으로 당시 9세였다. [사진 충남경찰청]

실종된 지 37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게 된 김모씨 남매. 붉은 색 원 안의 아동은 실종 아동 포스터에 등록된 김씨 사진으로 당시 9세였다. [사진 충남경찰청]

부모는 남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자녀를 더 갖지 않고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남매 친부(75)는 지인의 조언을 받아 2012년 12월 경찰에 “30여 년 전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달라”며 실종 신고했다.

남매가 다시 부모를 만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충남경찰청은 지난해 7월부터 장기실종전담팀을 운영하고 김군 남매를 포함한 장기실종 아동 찾기에 나섰다.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남매가 언제 어디서 실종됐는지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수사 중 경찰은 우연히 남매의 사진에서 책가방을 발견했다. 사진 속 김군은 분홍색 셔츠에 검정 어깨끈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 어깨끈을 책가방의 끈으로 추정했다.

실종된 지 37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게 된 김모씨 남매. 1981년 실종 당시 10살과 7살이던 남매는 이듬해 2월 프랑스로 입양됐다. [사진 충남경찰청]

실종된 지 37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게 된 김모씨 남매. 1981년 실종 당시 10살과 7살이던 남매는 이듬해 2월 프랑스로 입양됐다. [사진 충남경찰청]

경찰은 당시 김군이 초등학생이었던 점으로 미뤄 아산에서 초등학교 기록을 샅샅이 뒤졌다. 다행히도 아산의 한 초등학교에 보관 중이던 김군의 생활기록부를 찾아냈다. 생활기록부에는 1981년 7월까지 김군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남매의 출생연도와 이름이 같은 214명의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해외 입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앙입양원과 해외 입양자료도 조사했다. 결국 1982년 2월 남매가 출생 일자가 일부 바뀐 뒤 프랑스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프랑스 현자 교민과 유학생, 한인단체에 남매의 사연 등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는 등 도움을 요청했다. 사연을 접한 교민들도 남매를 찾기에 발 벗고 나섰다. 교민인 한 목사는 입양자료에 남겨진 양부모 조소를 찾아가 남매의 소재를 확인했다. 지난 1월 30일의 일이었다.

실종된 지 37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게 된 김모씨 남매. 1981년 실종 당시 10살과 7살이던 남매는 이듬해 2월 프랑스로 입양됐다. 김씨 남매와 양부모의 모습. [사진 충남경찰청]

실종된 지 37년 만에 친부모를 만나게 된 김모씨 남매. 1981년 실종 당시 10살과 7살이던 남매는 이듬해 2월 프랑스로 입양됐다. 김씨 남매와 양부모의 모습. [사진 충남경찰청]

남매는 양부모의 옛 주소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경찰은 국제우편으로 남매의 DNA 시료를 전달받아 친부모와의 유전자와 대조, 친자관계임을 확인했다. 실종 당시 10살과 7살이던 남매는 47살과 44살의 중년이 돼 있었다.

발견 당시 남매는 “지난 37년간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줄 알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동안 겪었던 고통을 털어놨다고 한다.

이들 남매와 친부모는 어린이날인 다음 달 5일 충남 당진 합덕의 한 성당에서 상봉할 예정이다.

충남경찰청은 실종된 지 37년 만에 프랑스로 입양된 남매를 찾아내 다음 달 친부모와 상봉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충남경찰청]

충남경찰청은 실종된 지 37년 만에 프랑스로 입양된 남매를 찾아내 다음 달 친부모와 상봉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충남경찰청]

충남경찰청 박상복 여성청소년수사계장은 “김씨 남매가 프랑스로 입양된 과정을 확인하고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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