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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투데이

미국 민주당의 도전과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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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1월 중간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공화당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성공한 데 이어 양원에서 의석을 늘렸다. 주지사와 의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화당의 잇따른 선거 승리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이번에는 내리막을 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까지 여섯 번의 중간 선거에서 여당이 상.하원에서 많은 의석을 잃은 경우가 다섯 차례나 된다.

그렇다면 과연 민주당은 11월 중간 선거에서 약진할 수 있을까. 만약 승리한다면 미국에 무슨 변화가 일어날까.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이나 하원 가운데 한 곳, 또는 모두에서 승리한다면 뚜렷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국내외 정책을 따지는 청문회를 열고 국정 조사에 들어가 부시의 정책을 막고 민주당의 영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야만 2008년 총선에서 양원을 장악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정치 전문가인 찰스 쿡은 현재 의석 분포상 민주당이 중간 선거에서 상당한 승리를 거둬도 양원 장악은 힘들 것으로 본다. 게다가 현행 선거 제도에선 현직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지지 기반에도 문제가 많다. 민주당 지지층의 주장 중 국가적 관심사를 이끌어내고 국민의 인기를 모을 만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주의자의 요구에 따라 수조 달러의 예산이 환경 분야에 투입됐지만 결과는 별 볼 일 없다. 노동 단체도 예전보다 힘이 약하다. 페미니스트 단체가 낙태 문제를 주도하고 있지만 국민은 오히려 보수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총기 문제는 제대로 거론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지지자들이 당을 좌지우지하면서 민주당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 때문에 2004년 선거 이후 민주당 지도부를 장악한 초강경 좌파인 해리 리드 상원 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대표도 지지자들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내놓은 새로운 국가 안전 관련 법안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과연 어떻게 선거를 치를까. 몇 가지 좋은 변화의 조짐이 있긴 하다. 첫째, 2000~2004년 민주당은 하원 선거에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지만 최근 하원 선거에선 서부 산악지대의 몬태나.콜로라도와 남부의 길목인 버지니아에서 선전하고 있다.

둘째, 2002년 선거 자금법 개정 이후 민주당은 거액 기부자보다는 소액 기부자들로부터 더 많은 정치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셋째,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블로거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진보적 의제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 기존의 지지층을 다지면서 풀뿌리 민중의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세 가지 내용 모두 민주당이 변하고 있다는 좋은 조짐이다. 그 누구보다 하워드 딘 전국위원회 위원장의 공이 크다. 물론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의 자질과 내놓는 공약이 유세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조짐이 어떻게 자리 잡느냐가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미래를 좌우할 것 같다.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브루킹스 연구소장

정리=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