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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조양호 일가 압수수색 … 밀수·관세포탈 자료 확보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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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무역 국경’을 관리하는 관세청은 관세법이나 외국환 거래법 등의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피의자 신문 및 구속,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 수사를 할 수 있다. 관세청은 주로 밀수업자, 마약 사범 등에 대해 이런 권한을 사용해 왔다.

기업 총수 일가 압수수색 이례적

관세청이 이례적으로 기업 총수 일가에 칼을 겨냥했다. 관세청은 22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들의 관세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관세청이 21일 압수수색한 곳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 평창동 조양호 회장의 자택과 조 회장의 자녀인 조원태·현아 남매의 자택, 인천공항 제2 터미널 대한항공 사무실 등이다. 하변길 관세청 대변인은 “조 회장 일가의 밀수 및 관세포탈 의혹 등과 관련된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라고 말했다.

주요 조사 대상은 조 회장 일가가 사용한 해외 신용카드 내역에는 포함됐지만 통관 내역에는 누락된 물품이다. 해외에서 물건을 샀는데 통관 내역에 없다면 현지에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거나, 관세를 내지 않기 위해 신고를 안 하고 들여왔다고 볼 수 있다. 관세청이 압수수색을 한 건 조 회장 일가가 해외에서 물품을 사고 관세나 운송료를 내지 않고 들여왔다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의 제보가 잇따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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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은 지난 17일부터 한진 총수 일가의 신용카드 내역을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제보자와의 접촉을 통해 사실 확인 작업을 벌였다.

김영문 관세청장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 청장은 검찰 재직 당시 대구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 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등을 지내면서 밀수와 관련된 업무를 다수 처리한 경험이 있다.

관세법에 따르면 밀수를 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밀수품 원가 중 높은 금액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몰래 들여온 물품의 가격이 비쌀수록 가중처벌을 받는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은 수입 물품의 원가가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5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회삿돈 횡령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 회장 일가는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상법에는 실형 여부에 대한 등기 이사 활동 제한 규정이 없다. 하지만 특경법은 배임·횡령, 사기, 공갈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금융회사나 공공기관, 해당 범죄행위와 유관된 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의 탈세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세관 당국의 묵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세관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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