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은, 유리한 고지 선점…회담 실패 땐 美에 책임 미룰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험 중단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선언을 “큰 진전”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며 “협상 실패 때 미국이 책임을 떠안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문가 "핵·미사일 동결 '게임 체인저' 아냐, #비핵화 회담 실패시 美 책임 돌리려는 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북한 발표 직후 트윗에서 “북한이 모든 핵 실험을 중단하고 주요 시험장을 폐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과 세계에 좋은 뉴스이자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의 메시지는 ‘북한은 핵 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를 중단할 것’이며 ‘핵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입증하기 위해 북쪽에 있는 핵 실험 장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회담에서 결실이 없는 경우엔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핵 및 ICBM 발사 중단 선언에 반색한 것이다.

하지만 미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엔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핵ㆍ미사일 동결과 영구적 비핵화와 근본적 격차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중앙포토]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중앙포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동결 선언은) 정상회담으로 가는 전희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공로를 인정할 수 있지만, 이로써 북한은 회담에 유리한 입장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미 핵 억제력을 구축했고 가볍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리 전 장관은 “보다 걱정스러운 건 (비핵화 합의) 일정이 너무 느려지는 것”이라며 “북한이 빠른 기간 내 ‘강압적 사찰’을 받으며 그들의 소규모 핵무기고를 모두 해체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낙관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윌슨센터 아시아 담당 국장은 트윗을 통해 “이는 분명 긍정적 신호이긴 하지만 ‘게임 체인저’는 아니다”며 “비핵화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으며 (동결은)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김정은 위원장은 이성적이며 책임감 있는핵보유국 정상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두 핵보유국의 두 정상이 평등한 운동장에서 대화하며 사실상 인정받는 것은 북한이 언제나 원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은 이번 핵ㆍ미사일 동결 발표와 함께 최근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련의 양보 조치를 발표한 데 주목했다. 북한은 핵 개발 포기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에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과거 수십 년 간 북ㆍ미간 외교적 장애물을 제거했다. 또 북한 당국은 경제 제재가 즉각적으로 해제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도 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대릴 킴벌 미 군축협회 사무국장은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평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북ㆍ미 두 정상 모두 정상회담 성공을 분명히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이 단순히 시험장 폐쇄가 아니라 영구적인 무장해제 약속을 굳히냐는 것”이라며 “북ㆍ미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후속 협상을 통해 단계적 비핵화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존 울프스탈 오바마 정부 국가안보회의(NSC) 비확산 국장은 “핵 실험장 폐쇄는 새로운 부분이며 북한이 정상회담을 정말 원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계속된 양보를 통해 타협을 원하고 평화의 옹호자로 보이길 바란다”며 “이는 미국이 비타협적으로 최대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실패하더라도 미국에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