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청와대, 평양 잘 들립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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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호 01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20일 설치된 남북 직통 전화. [사진 제공 청와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20일 설치된 남북 직통 전화. [사진 제공 청와대]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남북 정상 간 직통 전화(사진)가 20일 처음으로 설치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핫라인을 통해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첫 통화를 할 예정이다.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직통 전화 연결이 완료돼 오후 3시41분쯤 청와대와 국무위원회 간에 시험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전화 연결은 매끄럽게 진행됐고 통화 상태도 좋아 마치 옆집에서 전화하는 느낌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시험 통화는 남측이 먼저 전화를 걸어 3분2초, 이어 북측이 다시 걸어 1분17초 등 모두 4분19초간 상호 통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직통 전화는 여민관 3층인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설치됐다”며 “이는 북측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들이 언제든 전화로 연결되는 것은 분단 70년 만에 처음 있는 상황”이라며 “직통 전화는 대통령 관저에서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통화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송인배 비서관=“여기는 청와대입니다. 잘 들립니까.”
▶북한 국무위 담당자=“송인배 선생이십니까. 반갑습니다.”
▶송 비서관=“서울은 날씨가 아주 좋습니다. 북측은 어떻습니까.”
▶북한 담당자=“여기도 좋습니다.”
▶송 비서관=“열심히 노력해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북한 담당자=“그러면 이것으로 시험 통화를 끝냅시다.”

남북 핫라인은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용해 처음 개통됐다. 당시엔 국가정보원과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에 연결됐고 남북 정상이 핫라인으로 통화한 적은 없었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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