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뒤늦은 사망확인에 부인실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사망자명단에 들었다가 1일밤, 생존사실이 알려진 박희병씨(41·경기도남양주군와부읍덕소7리 일성아파트 4동101호) 집에는 이웃주민 30여명이 몰려와 박씨의 어머니 문금순씨(66) 와 부인 최병옥씨(42)에게 축하하며 장례를 위해 마련해 두었던 음식을 나누어 먹는 등 온통 잔치분위기.
박씨 가족들은 1일 오전 9시쯤 사고대책본부를 찾아가 박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통보 받고 합동분향소에서 2시간여 동안 오열을 한 뒤 오후 7시쯤 집으로 돌아와 안방에 빈소까지 마련했던 것.
그러나 2일 0시40분쯤 방송을 들은 주민들로부터 박씨의 생존소식을 전해 듣고는 빈소에 놓았던 사진을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편 회사측은 박씨의 생존여부를 재확인토록 현지에 특별지시를 한채 가족들에게는 공식통보를 해주지 않아 부인 최씨는 계속 애를 태웠다.
○…뒤늦게 미확인 사체중 신원이 확인된 최상렬씨(40)의 사망소식에 접한 사고대책본부는 즉시 경북 예천의 최씨 집으로 전화통보를 하고 직원 3명을 급파.
최씨의 부인 박숙희씨(34)는 전화로 『정말이냐』고 몇번이나 확인한 뒤 『1일에도 몇 차례 회사로 전화를 해 무사하다는 통고를 받았는데…』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끝내 실신했다.
한편 최씨의 조카 미자씨(27·서울중곡동)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합동분향소에 도착, 최씨의 영정을 부여잡고 『우리 삼촌 왜 돌아가셨느냐』며 1시간여동안 오열했다.
○…남편의 사망소식을 듣고 1일 새벽5시쯤 유가족 중 제일 먼저 서울잠원동 대림산업 해외인력부 사무실로 달려왔던 정현악씨(43·서울반포1동721)의 부인 김금숙씨(42)는 『회사측이 안전하다고 하더니만 왜 남편을 죽게 만들었느냐. 남편을 살려내라』고 책상을 치면서 몸부림치며 항의하다 한때 실신.
김씨는 2일 오전에도 분향소옆에 설치된 유가족대기실에서 『남편없이 3남매와 함께 어떻게 살아가느냐』며 친지를 불잡고 오열해 주위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기도.
○…지방에서 올라온 대부분의 사망자와 부상자가족들은 사고소식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해듣고 사고수습대책본부에 나와 『왜 회사측에서는 일언반구도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며 따지는 등 회사측의 무성의를 성토.
특히 경남 울산에서 올라온 고 이정길씨(44·울산시일산동170)의 형 대길씨(47·농업)는 『아무리 노가다로 나가 외국에서 죽었지만 빈소에 술 한잔 따라놓지 않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회사측 관계자들에게 소리쳤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잠원동64의4 대임쇼핑센터 3층 대림산업 해외인력부 교육관에는 유가족 50여명이 밤새 뜬눈으로 빈소를 지켰으며 지방에서 올라와 탈진한 유가족 20여명은 회사측이 잡아놓은 여관에서 휴식을 취했다.
유족들은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초조한 표정이었으며 뒤늦게 찾아온 친척들을 붙잡고 통곡하기도 했다.
한편 1일 오후7시쯤 최동섭 건설부장관과 최명헌 노동부장관 등 일행 20여명이 문상한데 이어 2일 날이 밝으면서 홍정영 외무부차관보가 빈소를 다녀가는 등 조문객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사망자 2명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란비밀경찰이 병원영안실 문을 잠그고 달아났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전해지자 유족들과 대책본부측은 이란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또 현지 우리 나라 대사관측이 이들 비밀경찰을 긴급 수배했다는 소식에 근로자가족들은 『이럴 수가 있느냐』며 발을 굴렸고 밤새 대책본부에는 문의전화가 쇄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