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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포털 시스템, 대량 댓글 조작 막을 수 없어"…매크로 없이도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일반 시민들이 온라인상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거나 지지하는 활동을 (중략) 불법 행위들과 동일시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두 번째로 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일각에선 ‘드루킹’ 김모(49)씨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기사 외의 다른 기사들에도 댓글 작업을 했다는 것을 김 의원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발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 입력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은 댓글 달기나 ‘공감’ 몰아주기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해도 법적 책임을 지거나 정치적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 등이 2016년부터 선플(좋은 내용의 댓글) 운동인지 뭔지 그 작업은 계속 해왔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다만 “김씨가 김 의원에게 ‘공감’ 수를 조작해 적발된 기사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은 없고, 3월에 보낸 3190개의 기사 주소(URL)도 김 의원은 읽지 않았다”며 “간혹 의례적으로 ‘고맙다’고 한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 일당이 자신들의 댓글 작업 노력을 오사카 총영사 자리 등의 대가를 바라며 김 의원에게 계속 전달했고, 어느 순간부터 김 의원은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매크로 사용하면 ‘불법’, 손으로 하면 ‘합법’?

검찰은 17일 김씨 등 3명을 컴퓨터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공감’ 600여개를 조작한 것이 드러난 댓글 2개에 대해서만이다. 댓글 조작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고 수동으로 댓글을 달거나 여러 개의 ‘공감’을 누른 것은 불법이 될 가능성이 작다. 정치인의 일부 극성 지지자들이 ‘좌표(기사 URL)’가 찍힌 기사에 몰려가 우호적인 댓글을 도배하는 행위가 불법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의 핵심은 매크로 조작 여부”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포털의 시스템은 대량 댓글 조작 막을 수 없어”

온라인 언더마케터(조작 업자) A씨는 “댓글 조작은 똑같은데 매크로로 하면 불법이고, 수동으로 하면 합법이라는 것도 사실 웃기다”라며 “매크로라는 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할 것을 자동으로 편리하게 하도록 만든 아주 간단한 알고리즘이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 동료도 네이버의 댓글 관련 조작을 하다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는데 최근 집행 유예로 풀려났다고 들었다. 실형을 받는 경우에도 형량이 매우 짧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는 댓글 조작과 같은 원리로 네이버 카페 등에 댓글 작업을 하는 업자들의 홍보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선 조작이 가능한 네이버 등 포털의 기사 댓글 시스템이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용자가 많은 네이버 뉴스의 경우, 네이버 계정뿐 아니라 페이스북·트위터의 계정으로도 댓글을 달 수 있게 돼 있다.

A씨는 “포털의 기사 댓글을 추적당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다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때 이용하기 쉬운 건 e메일 주소만으로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있는 페이스북 등 외부 계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들 때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 등이 필요한 네이버 계정도 개당 300원~1000원에 대량 구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털이 댓글 수 제한, 반복 입력 금지 등의 규정을 계속 추가하고 있지만, 여러 개의 아이디와 IP(인터넷 주소)를 매번 바꾸는 식의 댓글 작업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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