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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50% 안되면···" 교육부 평가 앞둔 대학가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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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은 정부 대면평가 받는 중" 이웃 대학은 적…상위 50%에 사활 건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호텔은 현재 차량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두 시간마다 차량 두 대씩만 탑승객 신원을 확인해 호텔 안으로 들여 보낸다. 지금 이곳에선 교육부의 대학별 기본역량진단 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 호텔은 이번 주 내내 투숙객을 받지 않는다. 호텔 전체가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의 대면평가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두 시간마다 교육부 대면평가를 받을 대학 관계자들만 호텔 출입이 허용된다. 한 대학당 사람 7명, 자동차 2대만 들어갈 수 있다. 전국 대부분 대학이 사전에 추첨한 번호 순서에 따라 대면평가를 받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거의 1년간 이것만 준비했다고 할 수 있죠. 입술이 다 부르텄으니깐."
강원도의 한 대학 교수는 초조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무조건 상위 50%에 들어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돼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강원도는 대구·경북과 같은 권역으로 묶여서 총 25개 대학이 경쟁 상대인데, 이 중에서 12등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을 받고 있는 대학가가 초긴장 상태다. 지난달 27일 대학마다 서류평가를 위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대면평가가 진행 중이다. 최종 결과는 6월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가로 각 대학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권역별 상위 50%에 드는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돼 대학이 자체 계획대로 쓸 수 있는 재정을 지원받는다. 나머지 50% 중에서 전국 기준으로 10%는 구제를 받지만 나머지 40%는 2차 평가를 받고 재정 지원에 제한을 받는다. 10여 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재정난에 빠진 대학들에는 생사가 걸린 평가인 셈이다.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는 권역별 상위 50%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해 일반재정을 지원한다. 나머지 대학 중 전국에서 상위 10%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추가 지정한다. 그외 하위 40%는 정부 재정지원 제한을 받는다.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는 권역별 상위 50%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해 일반재정을 지원한다. 나머지 대학 중 전국에서 상위 10%는 자율개선대학으로 추가 지정한다. 그외 하위 40%는 정부 재정지원 제한을 받는다.

그래서 대학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을 보고서 작성에 투자했다. 보고서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 외부 업체에 고액의 컨설팅을 받는 일도 흔하다. 대면 평가를 1주일 앞두고 실전 같은 면접 연습을 하기도 한다. 평가장에 들어갈 교수들은 시험공부를 하듯 보고서에 나온 각종 수치를 달달 외웠다.

대면평가를 마친 수도권의 한 대학 평가팀 직원은 "우리는 교수들이 답변하고 자세한 수치는 실무 직원들이 말하는 전략을 세웠는데, 긴장한 교수가 제대로 답변을 못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직원은 "취조하듯이 꼬치꼬치 캐물어서 답변에 애를 먹었다. '찍힌 건가' 싶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는 줄어드는 학생 수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되는 평가다. 지난 평가와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평가를 '권역별'로 한다는 것. 즉 전국에서 상위 50%에 드는 대학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권역별로 상위 50%에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에 반대하는 집회가 지난해 10월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에 반대하는 집회가 지난해 10월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상위권 대학이 몰려있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대학가에서는 수도권 대학 59곳 중에서 최소 28~29등 안에 들어야 안정권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2015년 1주기 평가에서 수도권은 20개 대학이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학교로 치면 우수한 학생이 모인 특목고, 축구로 치면 '죽음의 조' 같은 셈이다"고 말했다.

권역별 평가로 인근 대학들이 경쟁 상대가 되면서 대학 간 협력 관계가 불가능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전국 단위 경쟁일 때는 덜했는데 지역 안에서 경쟁하게 되니 서로 전화조차 하지 않는다. 같은 반 친구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학교 시험 분위기다"고 전했다. 다른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도 "지난 평가에서는 대학 간 협력체제 구축이나 자원 공유 같은 계획을 많이 세웠는데, 이번 평가에서는 자칫 경쟁 대학까지 유리해질까 봐 그런 계획을 하나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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