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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일자리는 누가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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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유경준 코리아 텍 교수

유경준 코리아 텍 교수

고용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인구 증가를 고려할 때 평균 30만 명은 늘어야 하는데 두 달째 겨우 10만 명대 증가이다.

일자리 창출은 파괴에서 시작 #창조적 파괴 위해 기업 격려하고 #불필요한 규제 없애는 게 우선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라지만 부분적으로는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 시장이 구조조정을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

언젠가 구조조정이 되어야 할 취약한 부분이긴 하지만 부실한 사회안전망을 고려할 때 서민의 삶이 피폐해질까 걱정이다.

일자리 창출은 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의 최우선 과제였다. 개별 과제의 선정은 유사한 면이 있지만 우선순위는 확연히 다르다.

전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시간제 근로의 확산을 통해 고용의 증가를 도모하였다. 노동시장 유연성도 중시하여 고용의 질보다는 양을 중시여긴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는 공공부분 일자리의 확산,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격차 해소,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의 인상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성장도 한축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뚜렷한 정책수단이 강조되지는 않고 있다.

정책의 가장 상위에는 소득주도성장이 있다. 현시점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소득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 자체로는 옳은 방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의 주된 효과와 관련 정책수단의 우선순위, 속도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바가 많다. 기본적으로 소득재분배는 소득 흐름을 바꾸고 사회통합을 이끌어 성장률을 추가로 높일 수는 있지만, 성장 자체를 견인하는 주된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

성장과 일자리 창출 관련 흔히 인용되는 유명한 두 가지 오류가 있다. ‘깨진 유리창 오류(broken window fallacy)’와 ‘일자리 개수 세기 오류(job counting fallacy)’이다.

‘깨진 유리창’ 이야기는 누군가 유리창을 깨면 유리창 업자의 소득이 되고 유리창 업자는 그렇게 번 돈을 다시 다른 사업자의 소득을 증가시키니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좋은 일도 아니며, 흔한 착각이자 오류이다.

유리창을 깨지 않았으면, 그 수리비는 치킨을 사 먹을 수 있고, 치킨집 주인은 그 수입으로 또 다른 사업자의 소득을 늘려 줄 수 있다. 따라서 깨진 유리창은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출의 흐름을 바꾸었을 뿐이다.

깨진 유리창은 대차대조표상 순 자산의 마이너스 변화이다. 결국 깨진 유리창 식 주장은, 전쟁이 일어나서 건물이나 인프라가 파괴되면 새롭게 건설을 해야 하니, 전쟁이 바람직한 것이라 주장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일자리 개수 세기 오류’는 미국 댈러스 연방은행장이었던 맥티어(McTeer)의 월스트리트 기고문에 처음 인용되었다. 일자리 창출이나 일자리 지키기를 최우선 정책으로 사용하는 오류를 빗대어 한 이야기로 슘페터식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강조한 것이다.

즉, 과거 농업인구가 전체인구의 90%를 차지하였으나 현재는 3%도 되지 않는 것처럼, 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은 일자리 지키기가 아니라 일자리 파괴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일자리 일부를 정부가 직접 생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 상품들이 잘 팔려야 추가적인 생산을 위해 늘어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를 위해 기업을 격려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기본이다.

한편, 일자리의 양과 질의 조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양에서 질은 분화되지만, 질적 향상이 양적 팽창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소득 불평등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기본은 혁신으로부터 시작되기에 또한 중요하다.

무엇이든지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한쪽이 문제가 되는 법이다. 일자리 정책에서 우선순위가 잘 정립되어 균형 잡힌 정책을 기대한다.

유경준 코리아 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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