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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장·위 보호는 기본, 환절기에 심한 미세먼지 독성도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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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요즘 각광받는 건강 키워드는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다. 장 건강은 물론 피부·면역 기능을 높이고 중성지방을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유익균의 대명사인 유산균의 새로운 효능이 밝혀져 눈길을 끈다. 유산균이 환절기 건강의 최대 걸림돌인 미세먼지의 독성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다. 유산균의 다양한 기능이 밝혀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가 현대인의 건강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진화를 거듭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알아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 있는 균’으로 정의했다.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유산균이라고 해서 모두 효능을 지닌 건 아니다. 기능성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일부 유산균만 프로바이오틱스로 분류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주목 받기 시작한 건 장 건강에 대한 효능을 인정받으면서부터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의 효능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의 효능

피부 건강 돕고 중성지방 낮춰

장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존재한다. 장내에 유익균의 비중이 줄면 장의 운동 능력이 점차 감소한다. 이때 변비·설사·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의 증식을 도와 장벽 막을 강화하고 유해균을 억제해 장을 보호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 건강에만 좋다는 건 옛말이다. 위·피부 건강은 물론 중성지방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잇따른다. ‘락토바실러스 파라카제이 HP7’이란 균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줄이는 기능이 있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가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이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한국인의 70%가 위암 유발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HP7은 김치에서 분리한 800여 종의 유산균 중 헬리코박터균 억제력이 가장 뛰어난 것을 선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 실험 결과 HP7은 사람이 마시는 발효유나 유산균 음료를 통해 섭취하는 농도만으로도 항헬리코박터균 기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피부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HY7714’가 대표적이다. 이 유산균은 건강한 산모 200명의 모유에서 추출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 기능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중성지방 감소 효과 역시 주목받는 기능 중 하나다. 대사 질환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에 실린 논문(2015)에 따르면 김치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러스 커베터스 HY7601’과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KY1032’는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류일 교수는 “유산균은 대사 기능이 있어 소화되지 않는 음식물, 즉 섬유소를 발효시켜 소화를 돕는다”며 “체내 에너지와 지방 축적을 조절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면역 기능 향상시켜 질환 막아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새로운 효능이 밝혀졌다. 미세먼지의 독성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시스템천연물연구센터 강경수 박사팀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카제이 HY2782’가 몸속에 들어온 미세먼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험했다. 실험에는 유해 물질의 독성을 평가하는 데 널리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을 활용했다. 예쁜꼬마선충은 사람과 유사한 소화기관·신경기관·유전자를 갖고 있다.

 연구진은 이 선충에 대장균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각각 먹인 다음 미세먼지 2종(PAH·중금속 함유 미세먼지)을 투여한 결과 선충의 생식 능력에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대장균을 먹인 선충이 낳은 알은 156개였다. 여기에 미세먼지를 투여했더니 알 개수가 131개(PAH 함유 미세먼지), 99개(중금속 함유 미세먼지)로 각각 줄었다. 반면에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먹은 선충은 178개의 알을 낳았다. 여기에 미세먼지를 투여해도 알 개수가 166개(PAH 함유 미세먼지), 156개(중금속 함유 미세먼지)로 생식 능력에 큰 변화가 없었다. 강경수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먹인 예쁜꼬마선충은 미세먼지를 투여해도 생식 독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이 미세먼지의 독성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가 체내에 들어오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몸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 장은 몸의 최대의 면역 기관이다.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면역 세포의 80%가 장에 있다. 면역 세포가 제 역할을 하려면 장내에 유익균과 유해균의 비율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균형이 깨져 유익균 수가 줄면 신체 면역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유익균이 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과잉 생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강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미세먼지로 인한 독성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회복된 것도 이런 효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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