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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대통령 개헌안 졸속적 문구 추가...“도둑 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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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

나경원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대통령 개헌안에 특정 문구가 ‘도둑 수정’됐다고 주장한 가운데, 청와대가 “단순 자구수정에 브리핑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법률로써’를 추가한 것을 일부러 숨긴 게 아니냐는 보도가 있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미 법제처의 심사의견을 받아 조문내용 변경을 브리핑했던 바 있고 그건 조문내용이 변경된 중요한 사안이라고 봐 브리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자구의 수정, 표현의 변경에 대해선 (브리핑을) 생략했다”며 “토지공개념과 관련된 문제, '법률로써'의 문제도 그저 표현을 명확하게 한 것일뿐이라 구태여 브리핑할 필요를 못느꼈고 일부러 숨기려했던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 함께한 김형연 법무비서관도 "개정안 40조 2항, 현행 헌법 37조 2항에 따라 '법률로써'라는 문구가 없어도 (토지공개념 부분은) 당연히 '법률로써'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했으며, 발의 하루 전인 25일 법제처의 심사결과를 참조해 선거연령 부분(개정안 25조) 및 부칙(제1조 제1항) 등 일부 조항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가 지난달 21일 발표하고 22일 법제처에 심사요청한 안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국회 제출안을 비교해보면 ‘법률로써’ 문구가 없다가 추가된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송고한 심의안에 ‘법률로써’라는 표현이 들어갔고 이것은 명백히 매우 중요한 사안의 수정이기 때문에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수정했다고 설명했어야 한 것인데 도둑 수정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도적이라 해석하면 토지공개념을 급격히 확대하는 것”이라며 “헌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률로써 제한한다는 것은 단순한 오탈자 수정이 아니라 중대한 부분의 수정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수정사항을 발표할 때 설명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수정했다는 것은 청와대 개헌안이 아주 졸속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졸속개헌을 사과하고 도둑 수정한 128조에 대한 수정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 SNS 전문

 «청와대의 브리핑은 '도둑 개헌'의 자인이다»
청와대가 오후 브리핑을 통해 지난 3월 23일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의 토지공개념 관련 조항(개헌안 제128조 제2항)에 '법률로써'라는 문구가 빠졌었고, 조문 수정과정도 공개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내용상의 중대한 변화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가 근거로 삼은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현행 헌법 제37조 제2항’의 내용은 이렇다.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제128조 제2항에는 따로 ’법률로써‘ 문구를 넣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개헌안 제128조 제1항에 대해서는 이미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제37조 제2항의 적용을 주장하려면, 여기에서도 ‘법률로 정하는 바’라는 문구를 포함시키지 않았어야 한다. 같은 128조인데 제1항과 2항의 규정 형식이 다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해명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청와대가 제128조 1항과 2항에 차이를 둔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우로 분석될 수 있다.
첫째, 졸속 개헌을 은닉하기 위한 경우다. 제2항에 당연히 포함되었어야 할 ‘법률로써’ 문구를 포함하지 않고 발표한 것을 은닉하기 위해 뒤늦게 법제처의 지적을 반영하고, 수정사항 발표에서는 쏙 빼버린 것이다.
둘째, ‘법률로써’ 표현을 고의적으로 제외한 경우다. 토지공개념 도입의 급속한 추진을 위해 헌법만으로 토지공개념 확대가 가능하도록 발표했다가, 발표 직후 ‘사회주의 헌법 추진’ 이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자 법제처 검토의견을 빌미로 슬쩍 표현을 추가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어제 토론의 핵심 포인트가 흐려졌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23일 발표한 개헌안, 26일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 모두 문제의 핵심은 ‘토지공개념의 급격한 확대로 개인의 사유재산권이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뒤집어 억지로 합헌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더욱이 '공공성', '합리적 사용'이라는 표현의 모호성 때문에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청와대는 속히 졸속개헌과 도둑수정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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