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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ㆍ금감원 사칭해 수억원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 덜미

중앙일보

입력

검찰청, 금융감독원 등 수사기관을 사칭해 수억 원을 가로챈 뒤 중국으로 빼돌린 중국 보이스피싱 일당이 붙잡혔다.

12일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안영길 경감이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일당 8명 검거에 관해 점조직의 지시 체계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안영길 경감이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일당 8명 검거에 관해 점조직의 지시 체계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북경찰서는 사기와 외국환 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보이스피싱 국내 관리책 중국인 이모(37·여)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는 중국 총책 김모(37)씨는 달아나 현재 추적 중이다.

보이스 피싱으로 3억4600만원 중국으로 송금 #"배신하면 검찰에 넘기겠다"…충성 맹세까지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피해자들에게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 통장에 돈을 찾아서 수사관에게 넘겨라”고 속여 총 10차례에 걸쳐 1억46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사무실에서 중국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하는 '환치기' 수법으로 6차례에 걸쳐 약 2억원을 송금한 혐의도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중국 총책 김씨는 주로 휴대전화 메신저를 이용하여 국내 관리 이씨에게 범행을 지시했다. 이씨는 전달책들이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현금을 화장품 도매업을 가장한 무등록 무역회사나 환전소 직원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다시 중국 총책이 알려준 중국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식의 ‘환치기 수법’을 사용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이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챙겨 이동 중 찍은 동영상 장면. [사진=서울 강북경찰서]

보이스피싱 전달책이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챙겨 이동 중 찍은 동영상 장면. [사진=서울 강북경찰서]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모집할 때에도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조직원을 모집하기 전 여권, 외국인등록증, 중국 신분증, 자격증 등을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전송받았다. 조직원들에게는 위조된 금융감독원서류를 들고, ‘도주하거나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제 모든 정보를 검찰청에 넘길 것을 동의한다’라는 선서를 하게 했다. 전달책이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챙겨 이동할 때도 주변 상황을 촬영하게 해 수시로 전송하게 했다.

경찰은 검거된 8명 중 6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마친 뒤 송치할 방침이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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