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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 위해 공무원 늘리는 한국 … OECD “잘못 짚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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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일 서울시내 대학교에서 채용공고가 붙은 게시판을 한 학생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11일 서울시내 대학교에서 채용공고가 붙은 게시판을 한 학생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국 정부가 고용시장에 돈을 퍼붓는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을 권고했다. 지난달 14일 OECD는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청년과 여성, 장년층을 구분해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OECD ‘한국 노동시장 보고서’ #“대기업·공공부문 매달려 취업 못해 #한국 청년 취업률 낮은 원인” 지적 #저소득근로자에 직접 주는 장려금 #최저임금 제도와 연계토록 제안도

OECD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청년층의 동향에 대해 “교육 수준은 높은데 고용률(42.3%)은 OECD 평균(52.6%)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대기업·공공부문 취업을 위해 청년들이 추가로 정규 교육 시스템 밖에서 자격증 등을 따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로지 대기업이나 공기업만 바라보느라 취업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고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채용인원을 늘리면 이 현상은 더 심화한다는 국내 경제학자들의 지적과 유사하다.

OECD는 대·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도 던졌다. 임금 격차뿐 아니라 시장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도 끌어올려야 한다. 실제로 대기업의 생산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29.1%밖에 안 된다. 룩셈부르크는 90.3%, 독일은 60.8%이고 일본도 56.5%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최하위권을 맴도는 셈이다.

여성에 대해선 “여성고용률은 56.2%로 남성보다 20%포인트 낮다. 성별 임금 격차는 37%로 OECD 평균(15%)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불합리한 격차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주저하게 한다는 얘기다.

장년층(55~64세) 고용률(66%)은 OECD 평균(58.5%)보다 높지만 임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OECD는 “기업들이 연공서열적 임금체계로 장년층의 정규직 고용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직된 임금체계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말이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근로장려세제(EITC)가 최저임금, 기초생활보장제도, 고용보험 등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최저임금만 올리면 빈곤을 퇴치하고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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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TC는 저소득 근로자에 장려금을 지급해 실질소득을 높여주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금으로 3조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돈은 근로자를 고용하는 영세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간다. 저소득 근로자에 직접 지급하는 EITC엔 1조7000억원을 쓰는데 이런 제도들이 따로 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최저임금은 1만원에 집착하지 말고 적정 수준으로 인상 폭을 가져가야 한다”며 “EITC 등 여러 제도의 연계를 통해 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리면서 고용의 악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OECD는 지난달 21일부터 이틀간 열린 고용노동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신고용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3대 핵심 메시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환경 구축 ▶개별 근로자 보호 ▶급변하는 노동시장과 상품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비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환경 구축과 관련해선 고용 비용을 줄일 수 있게 세제를 개편하라고 제안했다.

OECD는 또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와 함께 고용안정성 확보를 위해 근로시간과 임금 등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라”고 권했다. 현 정부 들어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려는 정책이 아직 없다. 심지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유연한 근무체계 확대를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해도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없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하남현 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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