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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이 코 앞인데 여전한 반발…경기 버스준공영제 논란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가 오는 20일부터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물론, 수원·시흥시같은 기초 자치단체들까지 '졸속추진'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는 오는 20일부터 용인·안양·광주·하남·남양주·포천·가평·파주 등 14개 시·군의 59개 노선, 637대 광역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도입한다고 11일 밝혔다. 총 사업비로는 모두 202억원(경기도 101억원, 시·군 101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7월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사진 경기도]

지난해 7월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사진 경기도]

준공영제 도입 시 버스운송에 드는 비용을 정하는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한 뒤 원가보다 부족한 수입금을 도와 각 시·군이 버스회사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경기도와 각 시·군은 경기버스조합과 이미 표준운송원가 협상을 마쳤고 버스업체들은 1일 2교대 근무 전환을 위해 400명 안팎의 운전기사를 충원한 상황이다. 인건비, 연료비, 이윤 등을 포함한 표준운송원가는 버스 1대당 하루 63만원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도입되면서 운전기사는 1일 2교대 시행이 가능해져 탑승객들의 안전성을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광역버스를 기다기를 시민들. [중앙포토]

광역버스를 기다기를 시민들. [중앙포토]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표준운송원가' 산정 절차와 산정내용을 정하면서 절차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집회까지 열고 경기도에 버스 준공영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10일 의회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광역버스 준공영제의 졸속시행을 막기 위해 행정 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도가 추진 중인 버스 준공영제는 추진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광역버스가 운행되는 시·군중 10개 지자체가 불참 의사를 밝힌 반쪽짜리 정책"이라며 "버스 준공영제의 근간이 되는 표준운송원가의 산정을 조례에서 정한 '수입금 공동관리위원회'가 아닌 버스업체가 참여한 실무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0일 경기도의회 앞에서 경기도에 "버스 준공영제 졸속 시행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0일 경기도의회 앞에서 경기도에 "버스 준공영제 졸속 시행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수원시와 시흥시도 각각 의견문을 내고 버스 준공영제에 반발했다.
수원시는 "이미 버스 준공영제 참여·미참여 시·군과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간 운수 노동자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한 버스운행 차질은 경기도민의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반적인 점검 없이 시행을 서두르는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조급함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시흥시도 "이번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진정으로 도민의 안전과 편리한 버스 이용을 위한 추진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책 유보를 주장했다.
시흥시는 "도의회를 통과한 조례와 달리 표준원가 산정을 위한 수입금 공동관리위원회나 버스운송비용 정산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조례 위반 논란이 있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추가 비용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경기도·도의회, 31개 시·군 및 시·군의회, 전문가들로 경기도형 버스 준공영제 추진단을 꾸리고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대책을 함께 마련한 뒤에 시내버스까지 포함된 준공영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기도, 오는 20일 부터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14개 시·군 59개 노선 637대가 참여 예정 #도의회와 수원시·시흥시 등 "졸속 추진" 반발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는 경기 남양주의 광역버스 [사진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는 경기 남양주의 광역버스 [사진 경기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경기지사 예비후보들도 반대하고 있다. 양기대 전 광명시장, 이재명 전 성남시장, 전해철 의원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선거만 겨냥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졸속으로 추진해선 안 된다"며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차기 지사에게 인수하라"고 주장했다.
이홍우 정의당 경기지사 예비후보도 "반절이 넘는 지자체가 불참하고 정산 및 평가시스템도 미완상태인 데다 운송원가 산정기준을 정한 조례마저 어겨가며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투입예산이 일부 업체에 몰릴 예정인데, 그중 한 곳은 남 지사 가족이 운영하는 버스업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의회 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버스준공영제 관련 4자 협의체 회의"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이필운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부회장,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환설 경기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 회장) [사진 경기도]

지난해 11월 경기도의회 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버스준공영제 관련 4자 협의체 회의"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이필운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부회장,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환설 경기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 회장) [사진 경기도]

경기도는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졸속시행'이 아니라 "올해 예산안 심사 당시 사업추진 여건이 이미 반영된 계획된 일정"이고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운전기사 인력 확보 등으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조례(절차) 위반이라는 지적도 "준공영제는 협약기관 간 체결한 시행 협약에 따른 것이고 이에 따라 시행에 필요한 제반 사항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정하도록 하고 있어서 시행 전까지는 시행협약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산시스템 구축도 1일 2교대 시행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사전 구축은 맞지 않고 서울 등 다른 지자체들도 준공영제 시행 후 비용 정산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도내 35개 광역버스 업체 중 특정 업체가 노선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율이 높은 것이지 특정 업체를 위한 특혜는 아니라"라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운전자의 근무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등 도민들에게 안전한 이용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고 버스회사의 투명성 강화로 도민 서비스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남은 기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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