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 월세만 2000만원…대체 누가 살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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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한 달 임대료가 500만원이 넘는 '고가 월세' 아파트 거래가 지난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선 월세가 2000만원에 달하는 단지도 등장했다. 어지간한 회사원 6개월 치 월급에 버금가는 가격이다.

지난해 500만원 이상 월세 거래 2.5배 급증 #부산 '해운대엑소디움' 월세 2000만원 최고가 #외국계 회사 임원 · 연예인에 인기

10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증금을 제외한 월세액만 월 500만원 이상인 아파트는 총 140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57건)의 2.5배 수준이다. 2014년에 비해선 6배 가깝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입지가 좋은 알짜 지역에 비싼 월세도 마다하지 않는 부유층의 임차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가 월세 아파트 상위 10곳은 서울 강남권과 용산구 한남동, 성동구 성수동,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구 등지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월세가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해운대엑소디움'이다. 전용면적 181㎡(32층)가 지난해 6월 보증금 없이 월세 2000만원에 거래됐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유림노르웨이숲' 전용 115㎡(월세 1700만원),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 전용 244㎡(1500만원),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숲 화성파크드림S' 전용 84㎡(1400만원),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0㎡(14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경기도 성남시 판교 '봇들마을 1단지' 전용 83㎡와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전용 241㎡ 등도 월세 1000만원 대열에 합류했다.

고가 월세 거래량 추이

고가 월세 거래량 추이

그렇다면 고액 월세를 지불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외국인 임원과 연예인 등을 꼽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외국인 임원은 기업 본사가 주거비용을 지원해주고, 연예인은 소속사 지원으로 고액 월세를 내며 산다"고 말했다. 외국인 임원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집을 사는 부담 대신 월세를 지불하는 게 익숙하고 편리해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그는 또 "주식이나 펀드 등에 목돈을 투자하고 거주는 월세로 하는 자산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올해 고가 월세 아파트 거래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전세 물건이 넘쳐나고 있어 수요자들이 값비싼 월세 찾기를 꺼리고 가격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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