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자동차 규제, 미국 차는 빼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과 미국이 두 나라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면 미국 차가 한국의 환경·안전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이 스스로 규제를 풀지 않는 한 국산 자동차가 역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미 정부, FTA 개정협상서 요구 #환경·안전, 국산 차 역차별 우려

9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한·미 FTA 주요 이슈별 대응 방향’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미국 정부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 규제 완화를 한국에 요구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환경 규제를 바꾸는 대신 각종 예외조항을 허용하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실상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또 미국은 ‘2021년 이후 한국 CO2 배출기준’에 미국 기준을 적용하라거나 ‘2020년 자동차 연비효율 규제’를 미국 수준으로 낮추라고도 요구했다.

한국 자동차 관련 법규를 무력화하는 내용도 이번 FTA 개정안에 포함됐다. 한·미 FTA가 개정되면 기업당 5만 대의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조건 없이 수입해야 한다. 인구밀도가 높고 국토가 비좁은 한국 도로 상황 때문에 한국 안전규정은 미국보다 세밀하다. 하지만 차량에 부딪치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나, 산지가 많은 한국 지형에 반드시 필요한 자동차 사양을 규정한 법규가 이번 FTA 개정으로 무용지물이 된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20개 국가 중 미국 안전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관련기사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통상 압력 때문에 한국 자동차 관련 법규가 실효성을 잃는다면 한·미 FTA 개정안이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