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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축구대표팀, 월드컵 두 달 앞두고 선장 바꾼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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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아키라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러시아 월드컵 본선 개막을 두 달 앞두고 일본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전격 발탁됐다. [중앙포토]

니시노 아키라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러시아 월드컵 본선 개막을 두 달 앞두고 일본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전격 발탁됐다. [중앙포토]

일본축구협회(JFA)가 월드컵 본선 개막을 두 달 앞두고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갈아치웠다. 협회 내부 인사를 발탁해 감독 교체에 따른 충격파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읽히지만, 짧은 준비 기간 동안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월드컵 본선행 이끈 할릴호지치 전격 경질 #日축구협, 후임으로 니시노 기술위원장 선임

JFA는 9일 바히드 할릴호지치(66) 일본축구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니시노 아키라(63) JFA 기술위원장을 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하루 전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경질 사실을 통보한 JFA는 9일 이사회를 열어 니시노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기기로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난 2015년 3월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후임으로 일본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전술적인 역량은 인정 받았지만, 특유의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성격 탓에 언론 및 선수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켰다. 특히나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혼다 게이스케(파추카),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 등 주축 선수들과 줄곧 신경전을 거듭해 우려를 낳았다.

최근 일본의 A매치 성적이 추락한 것도 갑작스런 감독 경질의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6승2무2패, B조 1위로 무난하게 통과했지만, 이후 치른 9차례의 A매치 평가전에서는 3승2무4패로 부진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을 상대로 보기 드문 졸전을 펼친 끝에 1-4로 완패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와 평가전에서 일본이 1-2로 패한 뒤 일본 취재진은 현장에 있던 일본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에게 감독 교체 가능성을 집요하게 물어보는 등 감독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일본대표팀 감독은 '사무라이 재팬'을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았지만, 대표팀 주축 선수들과 잦은 감정싸움을 벌인 데다 A매치 평가전에서 부진해 경질됐다. [AP=연합뉴스]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일본대표팀 감독은 '사무라이 재팬'을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려놓았지만, 대표팀 주축 선수들과 잦은 감정싸움을 벌인 데다 A매치 평가전에서 부진해 경질됐다. [AP=연합뉴스]

니시노 신임 감독은 일본 축구계에서 '신뢰할만한 전술가'로 실력을 인정 받는 인물이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8년 만에 일본을 본선 무대에 올려놓으며 능력을 입증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JFA 기술위원장을 맡아 할릴호지치 감독의 전술 조력자 겸 JFA와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해왔다. 현 일본대표팀 멤버들에 대한 경기력 분석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만큼 선수와 전술 파악에 드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본선 직전에 감독을 바꾼 결단이 성공할 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할릴호지치 재팬'이 추구한 선수 구성과 전술을 고쳐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높은데, 평가전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일찌감치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선수단과의 관계 설정에 문제가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지도자를 대회 직전에 내친 건 과한 결정"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니시노호' 출항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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