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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사측, 자구안 제출…노사 확약서는 아직 제출 못 해

중앙일보

입력

STX조선해양 측이 9일 오후 5시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요구한 '노사 확약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채권단은 자구안 제출 마감 시한인 이날 자정까지 노사 확약서 제출을 기다린 뒤, 회생 절차에 들어갈지 법정 관리로 갈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자구안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인력 감축부터, 물량 확보, 수주 계획까지 경영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회생 절차를 담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이 주도해 마련한 자구안만으로는 회생 절차를 시작할 수 없다. 노사 확약서가 없으면 실행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노사 확약서는 '이 자구안에 노조도 동의하고, 향후 이 절차대로 진행될 자구 노력에 노조도 동참한다'는 의미가 있다. 채권단이 노사 확약서를 함께 제출할 것을 요구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채권단은 9일 오후 5시를 마감 시한으로 잡았으나, 사용자 측이 자구안을 갖고 노조를 설득하는 작업이 계속되자 이날 자정까지 노사 확약서 제출을 기다리기로 했다.

사측, 자구안 놓고 막판까지 노조 설득 작업 중

9일 오후 5시에서 자정 사이 7시간 사이에 노조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STX조선해양의 운명은 달라지는 것이다. 노사 확약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아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민터널 입구 돌리사거리에서 STX조선 노조원들이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담긴 자구안에 반대하는 거리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민터널 입구 돌리사거리에서 STX조선 노조원들이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담긴 자구안에 반대하는 거리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사용자 측이 마련한 자구안에는 '고정비 40% 삭감(생산직 75% 감축)' 등이 포함됐다. 생산직 근로자 695명 가운데 500여 명을 줄이는 내용이다. 공두평 STX조선 총무보안팀장은 "인력을 감축하지 않으면 고정비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생산직 규모를 줄이고 외주를 통한 생산 체제로 전환해야 산은이 제시한 '고정비 40% 삭감' 기준에 맞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TX조선은 다만, 이번에 감축한 생산직 종사자들은 "고용이 유지되는 외주화"로 조선소 내 일자리는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외주로 전환하는 인력에 대해 3년간 통상임금의 80% 시급을 적용하고 상여금과 명절 귀향비 등도 지급할 방침이다. 이 밖에 학자금 등 복리후생비와 휴일·휴가 등은 외주로 전환된 협력사의 처우에 따르게 된다.

9일 자정까지 노사 확약서 못 내면 법정관리

정부는 STX조선해양 처리와 관련해 "노사 합의가 불발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낮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는) 한국GM과 관련해 원칙을 냈고 금호타이어에 이 원칙을 적용했다"며 "(STX조선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영 정상화에 이르려면 노조, 대주주, 채권단 등 이해당사자가 고통을 분담하라는 의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산업은행은 노조가 고통 분담에 동참해 회생의 길에 접어들 경우, STX조선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의 수주를 늘려 일감을 확보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발표한 '조선산업 발전 전략'에서 내년까지 5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LNG 연관 선박과 군함 등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할 방침을 발표했다. 또 해양수산부도 같은 날 국내 조선사가 국적선사로부터 벌크선·컨테이너선 등을 수주할 수 있게 하는 '해양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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