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려라공부] "말레이시아 조기유학 이렇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오랜 식민지 영향으로 말레이.중국.인도어 중 한 개 이상 언어를 구사한다. 국제학교도 미국.영국.호주식 등 교육과정이 다양해 선택 폭이 넓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2~3가지 언어를 동시에 습득할 수 있는 이런 환경 때문에 말레이시아를 조기유학지로 택하는 학부모가 점점 늘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조기유학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00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그러나 사전 조사가 충분치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본지는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 한인타운 암팡을 찾아 학부모 3명으로부터 조기유학의 장점과 주의점을 들어봤다. 이주 7개월째인 엄소희(10.스리우타마초3)양의 아버지 엄원용(37.(左))씨, 유학 5년째인 이규호(14.가든중2)군의 어머니 김명자(43.(右))씨, 6년째인 최정윤(16.ISKL고1)군의 어머니 박현이(43.(中))씨는 말레이시아 조기유학을 주제로 3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다.

<암팡 (말레이시아)> 글.사진=이원진 기자

◆ 준비할 땐

유학원 말만 믿지 말고 직접 확인을

▲ 규호 엄마

.규호 엄마= 현재 한국의 말레이시아 관련 유학원은 40개가 넘어요. 그러나 유학원을 통하는 대신 일주일간 휴가를 내 인터넷으로 확인한 학교 5곳을 답사했어요. 그게 유학 3개월 전이죠. 온 가족이 민박을 하며 교민 생활도 살핀 것이 도움이 됐죠. 한국인 학생 비율과 교사의 원어민 비율, 시설 영어집중반 코스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해당 학교 교사들과 직접 면담해 가든 스쿨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소희 아빠=교민 카페나 해당 학교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해요. 일부 유학원은 입학부터 집 구하는 문제까지 특수한 관계의 학교나 지역만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몇몇 학교는 국적 쿼터제를 어기고 한국 학생을 많이 받아들여 80~90%에 이를 정돕니다. 이 학교에서는 공간 부족으로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국제학교 자격의 갱신 여부도 확인해야 되죠. 갱신에서 탈락한 학교를 다니면 해외에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거든요.

.정윤 엄마=암팡은 한국인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나홀로 유학'을 보내기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고 봐요. 학년이 높아지면 '적응이 됐겠거니'하며 부모가 떠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슬람 문화권이라고 해서 유흥이 발달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사춘기의 '나홀로' 아이들이 밤마다 노래방 등지에 모여 탈선의 유혹에 시달리는 걸 봤거든요. 나홀로 유학이 불가피하다면 암팡 이외 지역에 간다거나 CCA(과외활동)가 다양한 학교를 선택해 인도나 중국인들과 사귀고 교외활동을 하도록 적극 권장하는 게 바람직하죠.

◆ 학교 선택은

생활비 감안 비싼 학교 고집 말도록

▲ 소희 아빠

.정윤 엄마=한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미국식 학교인 ISKL(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은 대학과 비슷해요. 학생이 스스로 시간표를 짜고 자유분방한 발표식 수업에 참가합니다.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은 향후 미국 진학을 꿈꾸기 때문에 미국식 학교로 갈 경우 고학년 때 진로 설계에서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죠.

.규호 엄마=영국.미국.호주식 등 커리큘럼 배경이 다른 학교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게 좋아요. 가든 스쿨은 영국의 테일러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로, 미국식 학교보다 기강이나 규율 면에서 유리해요. 영국식 학교는 입학 때 레벨 테스트가 필수라 부담은 있지만 IQ테스트 비슷하게 순발력을 체크하는 정도라서 영어 실력이 부족해도 시도해 볼 만해요. 일부 유학생 부모들은 아이의 영어가 '망글리쉬(말레이시아식 영어)'가 될 것을 우려한다지만 영국식 발음, 미국식 발음, 캐나다식 발음을 다 소화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장점이 아닐까요.

.소희 아빠= 어떤 기반의 학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비가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학교는 아니잖아요. 옛날 영국 지배 귀족들이 다녔다던 앨리스 스미스.가든, ISKL에 다닐 경우 높은 학비만큼 질 좋은 수업을 제공받는 대신 말레이시아 정착에 드는 생활비를 포기해야 합니다. '중국어' 등 제3외국어까지 원한다면 처음부터 비싼 국제학교보다는 라이밍 등 중국계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도 검토할 만해요.

◆ 주의점은

아이 믿어야 좋은 성과 조바심 말 것

▲ 정윤 엄마

.규호 엄마=2년을 넘어 장기 체류를 할 경우에는 '데드라인'을 뚜렷하게 정해야 해요. 유학 성공률이 가장 높아 초등학교 시절을 택하는 엄마들에게 적어도 초등 1~2학년과 초등 6학년은 피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때를 놓치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적응하기가 어렵죠. 계획적인 경제생활에도 힘써야 해요. 물가가 3분의 1 정도로 싸다고 펑펑 쓰다 보면 봉급생활자는 버티기 힘들어요.

.소희 아빠= 장기 유학이라면 반드시 '고용허가증'이 있어야 할 거예요. 일자리를 구하는 것까지 알아봐야 한다는 건데 지금은 몇 년 전보다 허가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졌습니다. 또 말레이에 사는 이상 영어만 고집하지 않는 게 좋아요. 부모라도 말레이어를 배워두는 게 생활의 요령이죠. '기러기'의 경우 매일 한국의 가족들과 통화하고 메신저 인터넷 채팅을 하는 등 꾸준한 대화가 절실해요.

.정윤 엄마=부모는 안달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국제학교의 교육과정은 중국식 학교를 제외하곤 대체로 한국보다 매우 느슨하지요. 그러나 믿고 맡기면 언젠가 아이들은 스스로 성과를 거두고 옵니다. 공식 학비만 예산으로 잡아 오는 것도 한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주변을 봐도 학교에 관계없이 한달에 4000링깃(약 100만원)의 과외비는 누구나 지출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 대학의 특례입학을 생각하는 정윤이도 주요 과목 개별 보습학원 비용은 유학비 이외의 별도 예산으로 잡았죠.

◆ 말레이시아 조기유학 체크리스트

(1) 계획은 최소 3개월 전에 → 좋은 계획 속에 좋은 아이가 큰다.

(2) 언제까지 체류할 것인가 → 장기 체류인가 단기 체류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비자는 6개월마다 갱신해야 한다.

(3) 왜 말레이시아인가 → 자유분방한 교육시스템인가, 영어인가, 중국어인가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라.

(4) 학교 선택 → 영국식.미국식.호주식 스타일 어느 것이 아이가 편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5) 학년 선택 → 영국계는 다섯 살부터 입학이 가능하다. 한 학년을 낮춰서 갈 경우 월반이 가능한지를 살펴라.

(6) 국제학교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 중국어까지 원한다면 중국계 사립학교나 말레이 사립학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적응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7) 쿼터제 준수, 국제학교 허가 갱신 여부 → 학교에서는 한국인 학생의 비율을 정확히 밝히지 않으므로 해당 학교 학부모끼리의 정보교환이 필수다.

(8) 접근성 → 집에서 통학하기 편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