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달 말 말레이시아 한인타운 암팡을 찾아 학부모 3명으로부터 조기유학의 장점과 주의점을 들어봤다. 이주 7개월째인 엄소희(10.스리우타마초3)양의 아버지 엄원용(37.(左))씨, 유학 5년째인 이규호(14.가든중2)군의 어머니 김명자(43.(右))씨, 6년째인 최정윤(16.ISKL고1)군의 어머니 박현이(43.(中))씨는 말레이시아 조기유학을 주제로 3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다.
<암팡 (말레이시아)> 글.사진=이원진 기자
◆ 준비할 땐
유학원 말만 믿지 말고 직접 확인을
▲ 규호 엄마
.소희 아빠=교민 카페나 해당 학교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해요. 일부 유학원은 입학부터 집 구하는 문제까지 특수한 관계의 학교나 지역만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몇몇 학교는 국적 쿼터제를 어기고 한국 학생을 많이 받아들여 80~90%에 이를 정돕니다. 이 학교에서는 공간 부족으로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국제학교 자격의 갱신 여부도 확인해야 되죠. 갱신에서 탈락한 학교를 다니면 해외에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거든요.
.정윤 엄마=암팡은 한국인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나홀로 유학'을 보내기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고 봐요. 학년이 높아지면 '적응이 됐겠거니'하며 부모가 떠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슬람 문화권이라고 해서 유흥이 발달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사춘기의 '나홀로' 아이들이 밤마다 노래방 등지에 모여 탈선의 유혹에 시달리는 걸 봤거든요. 나홀로 유학이 불가피하다면 암팡 이외 지역에 간다거나 CCA(과외활동)가 다양한 학교를 선택해 인도나 중국인들과 사귀고 교외활동을 하도록 적극 권장하는 게 바람직하죠.
◆ 학교 선택은
생활비 감안 비싼 학교 고집 말도록
▲ 소희 아빠
.규호 엄마=영국.미국.호주식 등 커리큘럼 배경이 다른 학교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게 좋아요. 가든 스쿨은 영국의 테일러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로, 미국식 학교보다 기강이나 규율 면에서 유리해요. 영국식 학교는 입학 때 레벨 테스트가 필수라 부담은 있지만 IQ테스트 비슷하게 순발력을 체크하는 정도라서 영어 실력이 부족해도 시도해 볼 만해요. 일부 유학생 부모들은 아이의 영어가 '망글리쉬(말레이시아식 영어)'가 될 것을 우려한다지만 영국식 발음, 미국식 발음, 캐나다식 발음을 다 소화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장점이 아닐까요.
.소희 아빠= 어떤 기반의 학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비가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학교는 아니잖아요. 옛날 영국 지배 귀족들이 다녔다던 앨리스 스미스.가든, ISKL에 다닐 경우 높은 학비만큼 질 좋은 수업을 제공받는 대신 말레이시아 정착에 드는 생활비를 포기해야 합니다. '중국어' 등 제3외국어까지 원한다면 처음부터 비싼 국제학교보다는 라이밍 등 중국계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도 검토할 만해요.
◆ 주의점은
아이 믿어야 좋은 성과 조바심 말 것
▲ 정윤 엄마
.소희 아빠= 장기 유학이라면 반드시 '고용허가증'이 있어야 할 거예요. 일자리를 구하는 것까지 알아봐야 한다는 건데 지금은 몇 년 전보다 허가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졌습니다. 또 말레이에 사는 이상 영어만 고집하지 않는 게 좋아요. 부모라도 말레이어를 배워두는 게 생활의 요령이죠. '기러기'의 경우 매일 한국의 가족들과 통화하고 메신저 인터넷 채팅을 하는 등 꾸준한 대화가 절실해요.
.정윤 엄마=부모는 안달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국제학교의 교육과정은 중국식 학교를 제외하곤 대체로 한국보다 매우 느슨하지요. 그러나 믿고 맡기면 언젠가 아이들은 스스로 성과를 거두고 옵니다. 공식 학비만 예산으로 잡아 오는 것도 한번 더 생각해야 합니다. 주변을 봐도 학교에 관계없이 한달에 4000링깃(약 100만원)의 과외비는 누구나 지출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 대학의 특례입학을 생각하는 정윤이도 주요 과목 개별 보습학원 비용은 유학비 이외의 별도 예산으로 잡았죠.
◆ 말레이시아 조기유학 체크리스트
(1) 계획은 최소 3개월 전에 → 좋은 계획 속에 좋은 아이가 큰다.
(2) 언제까지 체류할 것인가 → 장기 체류인가 단기 체류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비자는 6개월마다 갱신해야 한다.
(3) 왜 말레이시아인가 → 자유분방한 교육시스템인가, 영어인가, 중국어인가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라.
(4) 학교 선택 → 영국식.미국식.호주식 스타일 어느 것이 아이가 편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5) 학년 선택 → 영국계는 다섯 살부터 입학이 가능하다. 한 학년을 낮춰서 갈 경우 월반이 가능한지를 살펴라.
(6) 국제학교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 중국어까지 원한다면 중국계 사립학교나 말레이 사립학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적응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7) 쿼터제 준수, 국제학교 허가 갱신 여부 → 학교에서는 한국인 학생의 비율을 정확히 밝히지 않으므로 해당 학교 학부모끼리의 정보교환이 필수다.
(8) 접근성 → 집에서 통학하기 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