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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분주한 4월…깜짝 등장 후 잠행 '바쁜 일정'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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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1일 오후 5시 25분, 북한 라디오 조선중앙방송 아나운서가 “잠시 후 중대방송이 있겠다”고 깜짝 예고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2011년 12월 17일) 약 5개월 뒤였다. 30여 분 뒤 방송은 이날 열린 제4차 노동당 당대표자회의 결정이라며 “김정은 동지를 노동당 제1비서로 높이 추대한다”고 발표했다. 김정일 사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머물러 있던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공식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에겐 ‘영원한 당 총비서’라는 직함을 부여하며 김정일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정은의 4월은 ‘진화의 달’

김정은은 여세를 몰아 이틀 뒤인 4월 13일엔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 회의를 통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라는 감투도 썼다. 당과 군을 모두 장악하는 수순이었다. 김정은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닌 ‘진화의 달’인 셈이다. 4년 뒤인 2016년 4월에도 김정은은 분주했다. 36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당 대회를 열기 위한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5월 6~9일 열린 당 대회에서 ‘제1비서’ ‘제1위원장’의 꼬리표를 떼고 ‘노동당 위원장’이 됐다. ‘셀프 대관식’을 치른 셈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깜짝 관람한 뒤 철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깜짝 관람한 뒤 철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의 4월은 올해도 분주하다. 27일엔 판문점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이 있다. 김정은은 군사분계선을 넘는 첫 북한 지도자가 된다. 5월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과거 김정은의 4월이 내부 입지를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는 기간이 되는 셈이다.

“4월 초 정치 일정 복잡” 언급

김정은이 지난 1일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관람한 뒤 “4월 초 정치일정이 복잡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당초 3일 남북 예술단의 합동 공연을 볼 예정이었다. 노동신문은 “(3일엔)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아 오늘 늦더라도 평양에 초청한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보기 위하여 나왔다”고 말했다고 2일 보도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예술단 합동 공연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1일 남측 공연을 본 뒤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는 반응을 내놓았기에 공연 후 만찬이나 예술단 귀환 배웅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날 모든 일정에 불참했다.

대신 그의 심복인 김영철 대남 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냈다. 당초 3일 공연 후 만찬은 박춘남 문화상이 주재하기로 했었으나 급작스레 김영철이 주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변경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2016년 열린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 개최 모습. [중앙포토]

2016년 열린 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 개최 모습. [중앙포토]

중앙위 메시지 준비할 가능성

김정은은 3일 어디에서 무엇을 했을까. 현재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모든 매체는 침묵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모종의 깜짝 정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고인민회의는 인사 및 예산을 다루며 김정은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그 전에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어 본인이 직접 메시지를 던지는 모습을 연출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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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북한체제연구실장을 지낸 곽길섭 원코리아연구센터 대표는 “지금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층은 판을 주도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를 검토하고 실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말한 ‘4월 초 바쁜 정치일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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