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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터지면 그때뿐"…포항 지진 5개월째 관련법 통과는 뒷전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지진으로 피해를 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주택에서 인근 주민이 철거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지진으로 피해를 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주택에서 인근 주민이 철거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후 정부와 국회에서 다양한 지진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론 지진 발생 5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

정부가 올해 3월까지 마련하겠다던 지진 방재 개선 방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국회에 발의된 지진 관련 법안들은 대부분 소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포항시민들 사이에서 "일 터지면 그때뿐"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1·15 지진 후 현재까지 지역구 의원인 김정재(포항 북구)·박명재(포항 남구·울릉)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진 관련 법안 5건을 대표발의했다. 이 중 1건만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3건은 발의된 지 2~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임위 단계에 계류돼 있다. 1건은 지난 3일 발의돼 상임위에 회부되지 않았다.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지난 2월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최근 계속되고 있는 지진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지난 2월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최근 계속되고 있는 지진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김정재 의원은 지진 닷새 만인 지난해 11월 20일과 같은 달 27일에 지진 관련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진으로 주택이 50% 이상 파손된 경우 막대한 복구 비용이 들어가지만 현행법으로는 지원 금액이 턱없이 부족해 상한액을 높이자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현재 지진피해 복구지원 비용은 15년 전 풍수해를 기준으로 책정된 금액이다. 전파 900만원, 반파 450만원에 그쳐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명재 의원은 지난 2월 8일 민간 건물의 내진 설계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의 사업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진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이 역시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국내 전체 건축물 709만 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이뤄진 건축물이 56만 동(7.9%)에 불과한 상태에서 해당 법안이 내진설계를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박 의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월 11일 경북 포항 북구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해 이재민이 늘어나자 포항시가 대피소인 흥해체육관에 이재민을 위한 텐트를 추가로 설치해 다시 텐트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1일 경북 포항 북구에서 규모 4.6 지진이 발생해 이재민이 늘어나자 포항시가 대피소인 흥해체육관에 이재민을 위한 텐트를 추가로 설치해 다시 텐트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엔 국가 차원의 지진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수행할 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앞서 지진 관련 법안의 통과 움직임으로 미뤄 통과가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일하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 안에서 특별재생구역을 둘 수 있게 개정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1월 19일에 발의된 법안이 3월 30일에 통과되면서 포항시가 신속한 행정 처리에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백 포항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중앙정부와 국회가 자기들끼리 정쟁을 하느라 바빠 11·15 지진에 대해 관심이 없다. 법안 발의만 해놓고 처리를 안 하는 것은 그저 생색내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상 초유의 지진을 겪고도 법안 심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공무원이었다면 직무유기로 강한 처벌을 받았을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변재일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지난 1월 16일 지진 피해지역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을 찾아 포항시 관계자로부터 피해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 변재일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지난 1월 16일 지진 피해지역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을 찾아 포항시 관계자로부터 피해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포항 북)이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항지진대책 TF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포항 북)이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포항지진대책 TF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뿐만 아니라 재난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안전부도 올해 3월에 내놓겠다던 지진 관련 종합 개선 방안을 여전히 만들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행안부는 포항 지진 피해 복구비를 1445억원으로 확정하는 한편 올해 3월까지 '지진방재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당시 행안부는 "지진 대응 과정에서 제기된 실내구호소 운영, 이재민 관리, 안전점검체계 등 제도개선 사항 및 지진 관련 법령 정비뿐만 아니라 재난 대응 조직·인력까지 검토해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진방재 개선방안을 정리하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의 승인을 거쳐 조만간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한 주택 담벼락이 무너져 있다. 포항=김정석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한 주택 담벼락이 무너져 있다. 포항=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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