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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5일부터 바뀌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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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A은행의 서울 강남 매봉지점과 경기도 분당의 파크타운지점엔 새로 시행될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고객들의 전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새 제도가 낯선 탓인지 직원들마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특히 대출조건이 강화되자 은행 지점엔 미리 대출해 달라는 고객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5일 시행되는 새 주택담보대출을 둘러싼 혼란이 적지 않다. 고가 아파트의 가수요를 차단하겠다며 정부가 3.30 부동산대책의 핵심 중 하나로 도입한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은 연소득에 따라 대출금액에 차등을 둔 것이다. 그러나 사안마다 내용이 달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DTI를 둘러싼 4대 쟁점을 정리했다.

◆ 대출 연장 땐 적용 안 돼=지금까진 아파트가 비쌀수록 대출금이 많아지는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DTI가 도입되면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인 회사원이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에서 담보대출(3년 만기, 대출금리 연 5.58%)로 6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5일 이후 대출한도는 5000만원이다. 종전엔 시가의 40%인 2억4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이미 대출을 받아 투기지역에서 집을 샀는데 5일 이후 만기가 닥쳐 대출을 연장하려는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DTI 한도를 넘는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종전 대출의 만기 연장에는 DTI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교통정리했다. 금감원 장현기 은행경영지도팀장은 "DTI는 5일 이후 새로 구입하는 아파트에만 적용된다"며 "그 전에 대출을 받았다면 DTI와 관계없이 원래 금액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 팀장은 다만 ▶대출금을 증액해 기한을 늘리거나▶거래 은행을 바꾸면 그동안 변한 아파트 시세를 감안해 새로 대출한도를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에도 대출한도는 DTI가 아니라 LTV로 정해진다고 덧붙였다.

◆ 대출 안고 집 사는 것 힘들어져=돈이 모자라 집주인의 기존 대출금을 승계하면서 아파트를 살 때가 많다. 예컨대 3억원의 대출을 받아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던 A씨가 5일 이후 B씨(연봉 5000만원)에게 대출금 승계와 함께 집을 파는 경우다. 이때 DTI를 새로 적용하면 B씨의 대출한도는 만기를 15년으로 길게 잡아도 2억원에 불과하다. 대출금 3억원을 모두 승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은행과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금감원 측은 "매수인의 대출한도를 넘는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갚은 뒤 대출한도금액만 넘겨받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출을 승계하면서 남은 만기가 1~2년 등으로 짧다면 대출한도가 더 줄어든다. 따라서 은행과 '기존 대출의 만기가 닥칠 때 새로운 (장기)대출로 옮긴다'는 특약을 맺어야 DTI가 높아지고 대출금액도 늘어날 수 있다.

◆ 세금을 낸 소득만 인정=DTI는 돈을 잘 벌수록 투기지역에서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이 제도가 '부동산 양극화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DTI를 계산할 때 '맞벌이 부부'의 소득은 모두 인정된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세금을 낸 돈만 연소득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은행 임병수 개인소호여신부장은 "세금을 내지 않는 소득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세 이용한 편법 늘어날 듯=서울 양천구 목동의 범신공인 황승철 사장은 "담보대출 문의가 평소보다 50% 이상 늘었다"며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전세를 끼고 평수를 넓히려는 실수요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뒤 3개월 이후 대출을 받는 경우다. DTI는 원래 등기한 뒤 3개월이 지나면 투기수요로 간주하지 않아 적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전세를 끼고 거래할 경우 이 같은 규정을 교묘하게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씨 아파트 매도→매수인 B씨 대금 부족→A씨가 B씨 앞으로 소유권 이전등기→A씨가 전세로 점유(매매대금 일부를 전세금 처리)→등기 3개월 후 B씨가 대출신청→DTI 적용 배제' 같은 절차를 밟으면 편법 대출이 가능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은행이 계약서 등을 통해 세입자와 매도인이 같은지 확인케 할 계획이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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