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이 문재인 케어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이를 설계한 김용익(사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문재인 케어는 병원 경영 정상화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문 케어 설계’ 김용익 건보이사장 #현재는 건보 보장률 너무 낮아서 #의료 이용 장벽 생기고 가정 파탄 #비급여 없어지니 의사 불안 당연 #문 케어는 병원·의료 정상화 대책
문 케어는 2022년까지 31조원을 들여 건강보험의 의료비 보장률(현재 63%)를 70%로 올리는 정책이다. 핵심은 비급여(건보 미적용) 진료 3600여개를 모두 건보 적용하는 것이다.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당선자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가면 지금의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돼 문 케어가 싸구려 케어가 된다. 저질 의료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집단휴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부 전문가들도 “31조원만으로 가능하지 않고, 3600개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게 옳으냐”고 지적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왜 문 케어인가.
- “건보 보장률이 너무 낮아서 의료 이용 장벽과 가계 파탄이 많이 생긴다. 국민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실현 가능한가.
- “물론이다. 건보 적립금과 보험료 연 3% 내외 인상으로 재원을 조달할 예정인데, 이를 수정할만한 요인이 없다.”
- 의사협회가 전면 반대하는데.
- “지금까지 급여 확대(보험 적용 확대)를 죽 해보니 비급여가 풍선처럼 팽창했다. 이걸 두고는 보장률 확대가 불가능하다. 문 케어를 하면 병의원이 건강보험 진료만으로 운영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 수가(진료비)를 전면 재설정하고 있다.”
- 수가를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 “‘원가+α’를 보장한다. α는 의료계·국민·정부 3자가 협의해서 결정한다. ‘원가+α’는 의료계의 소원이었다. 지금 수가는 전체적으로 낮은 편이다. 병원들이 비급여를 완충재로 활용해 운영해 왔다. 비급여를 없앤다니 의사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느냐. 충분히 이해 된다. 앞으로 건보 하나만으로 정상 운영이 가능해진다. 문 케어가 병원 정상화, 의료 정상화 대책이다. ”
김 이사장은 “원가가 안 되는 수가라는 과거 방식이 계속되면 의사가 전멸하고 국가 운영이 불가능해진다”고 웃으며 설명했다(김 이사장은 진지함 그 자체라서 잘 웃지 않는 스타일이다).
- 진료과목이나 병원 규모별로 이해관계가 다른데.
- “어떤 수가는 원가에 못 미치고 어떤 것은 초과한다. 평준화해서 수익률을 비슷하게 설정한다. 각종 학회(예 내과학회)가 조정할 것으로 본다. 복잡하지만 고비를 넘겨야 한다.”
정부는 2005년부터 건보 보장률 확대를 해왔다. 수없이 조정했는데도 건보보장률 63%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급여를 통제하지 못했고,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물었다.
- 너무 이상적이다. 진짜로 실현 가능한가.
- “복지부에 건보 수가, 비급여 정리 담당과가 따로 만들어졌다. 건보공단·심평원이 같이 작업한다. 단계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술적으로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 너무 정치적으로 포장한 것 같은데.
- “건보 보장률 강화는 국민 생활에 크게 영향을 준다. 국민 지지가 필요한 큰 정책이다. 클수록 담론이 필요하다. 문재인 케어는 언론이 명명한 것이다.”
-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협조가 잘 돼나.
- “박 장관이 의견을 잘 받아준다.”
- 7월 건보료 부과체계를 개혁하면 반발이 클 텐데.
- “피부양자 중 소득(연 3400만원 초과)이 있는 사람(36만명)에게 부과한다. 엄밀히 말하면 차비를 낼 사람이 지금까지 안 내고 무임승차한 거다. 타인의 무임승차를 비판하지 말고 본인(피부양자)이 바꿔야 한다. 민원 폭증을 각오하고 있다.”
◆김용익(65)은
서울고와 서울대 의대(예방의학 전문의)를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 사회정책수석, 19대 국회의원,더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을 지냈다.
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