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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무성"의 영혼 작품으로 구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그는 늘 말이 없는데 왜냐하면 소리를 듣지도 내지도 못하는 귀머거리요 벙어리이기 때문이다. 약속시간에 20분을 어기고 나타난 그는 말대신 서둘러 『늦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사죄 사죄』라고썼다.
24일부터 30일까지 그림마당민에서 전시회를 갖는 농미회 회장 김석주씨(36). 85년에 창립전을 가진 농미회의 두번째 전시회에는 17명의 회원 가운데 10명이 작품을 냈다. 이들의 작품에는『소리없는 소리를 듣는 (청무성)진청인』의 맑은 영혼과 진솔한 마음이 녹아있다고 그는 말한다.
『저를 화가로 만든 것은 자전거였읍니다.』
3세때 홍역을 앓다가 맞은 진열제주사의 부작용으로 청각장애자가 된 그는 4세때 자전거를 갖고싶은 마음을 그림으로 그려 일찍 어머니로부터 소질을 인정받았다. 그후로 오늘이 있기까지 자신의 고된 화업을 뒷바라지해준 아버지·어머니에게 그는 남다른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농아교육기관인 국립선희학교(구농아학교)를 다닌 그는 홍종열·이종무씨에게 짧은 기간 그림을 배웠을뿐 정식으로 미술교육에 접해본 일은 없다. 그러나 땀흘리며 혼자 그려낸 그림들로 공모전의 문을 두들겨 중앙미술대전·동아미술제등에서 『적--벽돌』시리즈,『적-타이어』시리즈 중 몇몇작품이 입선에 들면서 기성화단과 인연을 맺기시작했다. 처음에는 『물방울』의 작가 김창렬씨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나 고 오윤씨의 그림과 만난 후로는 사회현실과 역사에 눈떠 민중미술계열의 작품만을 주로 제작하고 있다. 『자화상+현실』시리즈의 하나로 이번농미회전에 출품한 『통일을 염원하는 작가의 고뇌』도 그의 치열한 역사의식이 농축돼 있는 작품.
벙어리이기 때문에 받는 고통과 불이익을 함께 덜면서 작품으로 세상을 향해 발언해보자는 뜻에서 82년 농민회를 조직, 지금까지 회장일을 맡고있다.
내년봄쯤 제3회 농미회전을 마친뒤에는 통일문제와 자신의 생의 투쟁을 하이퍼리얼리즘 기법으로 접합시킨 시리즈작품들을 모아 첫 개인전도 가져볼 계획이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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