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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초기, 소화기 1대가 소방차 1대보다 낫다?…실험 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 상도동의 한 공사 현장에서 난 불은 하마터면 큰 피해를 낼 뻔했다. 불에 잘 타는 공사 자재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화재를 바로 발견한 주민 손병현(42)씨가 근처에 있던 소화기 3대로 초기 진화를 했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은 “초기 진화가 잘 된 덕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사용된 소화기 한 대가 나중에 온 소방차 한 대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화재 초기 진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중앙일보는 최근 서울 은평소방서와 함께 화재 초기 소화기를 활용한 진화의 효용성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기자는 가정용 소파와 나무 책장, 의자 등을 모아놓고 불을 붙인 뒤 직접 소화기로 불을 꺼봤다. 명확한 비교를 위해 ‘실험 1’에서는 불이 난지 약 1분 후 불을 껐다. ‘실험 2’에서는 불이 난지 약 10분 후에 소화기로 불을 껐다. 모든 실험은 비상 상황을 대비한 은평소방서의 안전 조치를 마련한 뒤 진행됐다.

‘화재 초기 소화기의 진압 능력’ 비교 실험.

두 실험의 결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불길이 작은 ‘실험 1(화재 약 1분 후)’에서는 3.3㎏ 소화기 한 대만으로 쉽게 불을 끌 수 있었다. 소화기 발사를 시작한 지 단 몇 초 만에 불길은 바로 꺼졌다.

하지만 약 10분이 지나 불길이 활활 타오르던 ‘실험 2(화재 약 10분 후)’에서는 소화기 두 대를 다 사용하고도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다. 잔불이 남아 시간이 조금 뒤 다시 불길이 커진 것이다.

실험에 참여한 노승환(33) 은평소방서 소방교는 “실험에서 보듯이 평소에 소화기를 잘 비치해 두었다가 화재 초기에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집·사무실·차량에 발생하는 화재는 초기에 발견하면 큰 피해 없이 진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 면적 넓어지기 전에 소화기 사용하는 게 중요”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지 5분 안에 소화기를 사용하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 초기에 소화기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화재시 불이 붙은 면적이 빠르게 커지지만 소화기의 사용 시간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3.3㎏짜리 소화기는 분사 시간이 11~13초다. ‘실험 2’처럼 두 대의 소화기를 쓴다고 해도 최대 약 26초간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화재가 커져 불을 꺼야 할 면적이 이미 넓어진 상황이라면 소화기만으로 불을 끄기는 어려워진다.

실내에서 화재가 나면 불길이 벽이나 기둥을 타고 수직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이 수평으로 번지는 속도가 1이라고 하면, 수직으로 타고 올라가는 속도는 20이나 된다. 불이 수직으로 번지기 전에 소화기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집 근처 안전체험관에서 소화기 실습 가능 

전문가들은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평소 소화기의 위치와 사용법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불이 나면 당황해서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고 불 쪽으로 조준하기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의 소방서 등에서 운영하는 안전체험관에 방문하면 소화기 사용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사진 국민안전교육 포털]

전국의 소방서 등에서 운영하는 안전체험관에 방문하면 소화기 사용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사진 국민안전교육 포털]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안전체험관에 방문하면 소화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전국 162개의 안전체험관 중 68개에서는 소화기 체험도 직접 해볼 수 있다. 안전체험관은 국민안전교육 포털(http://kasem.safekorea.go.kr)에서 가까운 곳을 확인한 후 전화나 인터넷 예약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소화기 사용법뿐 아니라 연기가 날 때 대피하는 법, 완강기 사용법 등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송우영·정용환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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