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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칼럼]국가 R&D과제, 50%는 실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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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김용석 교수

성균관대 김용석 교수

2018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여한 전 세계 4500여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3분의 1을 차지했다. 질적으로도 AI, 자율자동차, IoT, 로봇 등 4차산업 혁명 관련 기술에서 우위였다. 중국은 드론, 전기차, 태양광, 핀테크 같은 신산업에서 이미 시장을 주도하거나 우리나라를 추월한 상태다. 세계 1등인 반도체 메모리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이 2016년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고, 인텔이 여기에 20%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아이폰의 중국 내수용을 전량 공급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세계 1등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스마트폰에서도 세계 3위다. 전 세계 드론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DJI, 인터넷 기업들로는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텐센트가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R&D)투자가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개발 결과물이 상용화로 이어지는 것은 지극히 미진한 편이다. 국가 R&과제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2015년 7000억원이 투입된 정부의 원천기술 개발 과제 성공률이 96%(한국연구재단)다. 과제에 실패하면 무능력한 연구자가 되거나, 새로운 과제를 받기가 어려워지니, 성공확률도 높고 이미 검증된 기술이나 제품개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초원천 연구나 우주항공, 국방 등 민간 R&D 투자가 어렵거나 불확실성이 큰 과제에 정부연구소를 중심으로 직접 투자를 해야 한다. 그 외의 대부분의 과제는 지정 과제를 폐지하고 자유 공모제로 해야 한다.

대학, 정부연구소로부터 자유롭게 과제제안을 받고, 시범과제로 1년 정도의 개념증명(POC : proof of concept)의 과제를 진행하게 한 후, 평가를 거쳐서 중장기 실행과제로 확정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또한 중장기의 상용화에 목표를 둬야 하며, 반드시 기존 기술, 제품과의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문제 삼으면 안 된다. 실패 리포트를 받도록 하고, 그 결과물은 차기 과제의 소중한 기술, 사업화 자료로 활용하면 된다.

정부출연연구소, 대학은 위험성 있지만, 미래 지향적인 과제를 맡도록 한다. 전체 과제 중에 50% 이상은 실패할 정도의 도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과제여야 한다. 초기의 혁신기술은 어렵고 위험부담이 크며 신제품은 시장도 작아 기업이 맡기 어렵다.

정부는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도전하는 과제를 정부출연연구소, 대학에서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실패하면 더 칭찬하고 더 지원하는 R&D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도전적인 실패에서 성공이 나온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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