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관광 회복, 미세먼지 협력 … 미국 의식한 중국의 ‘선물 공세’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77호 06면

문 대통령 만난 양제츠의 약속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방한한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왼쪽)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방한한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왼쪽)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이 대 한반도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남북한을 향한 적극적인 러브콜에 나섰다. 중국이 미국의 전방위 대중국, 대북한 압박에 맞서 남·북·중 공조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의 무역·안보 압박에 맞서 #한반도 영향력 키우려 러브콜 #남북·북미 협상에 중국 변수 커져 #비핵화 해법 더 어려워질 수도

중국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 가지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먼저 한·중 간 최대 현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관련 보복 조치의 전격적인 철회를 사실상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양국 관계의 전면적 정상화를 합의했지만 실제 중국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중국인 단체 관광은 정상화되지 않았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보복도 계속됐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다른 선물은 중국발 미세먼지 완화를 위한 한·중 협력 강화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문제를 논의할 한·중 환경협력센터 출범에 합의했다. 하지만 센터 설치를 위한 우리 측의 계속된 실무협의 요청에 대해 중국은 미온적 반응을 보여 왔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란에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 정부에 항의해 달라’는 청원이 제기될 정도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됨에 따라 문 대통령은 이날 미세먼지 문제를 언급했고 양 위원은 조속한 센터 출범으로 즉각 화답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환경부 장관부터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또 문 대통령이 요청한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 터 복원과 관련해서도 “지방정부에 복원을 서둘 것을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방중 당시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를 만나 광복군 총사령부 터 복원 사업 재개를 합의했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미국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속전속결식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데 이어 무역전쟁을 통해 대중국 압박까지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과 북한을 미리 우군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과 한국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 의사를 밝히자 이를 즉각 수용한 것이나 김 위원장 방중 종료 하루 만에 북·중 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명분 삼아 양 위원을 특사로 파견해 한·중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양 위원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또 양국은 앞으로 열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심도 있는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과의 소통 강화라는 점에서 정부에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사드 보복 철회 등 숙원 해결의 실마리도 찾았다. 하지만 중국의 숨은 의도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북·중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중국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전향적 태도는 한국을 중국과 북한의 비핵화안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속전속결식 비핵화를 강하게 주장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간의 접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이날 “중국까지 나서면서 풀어야 할 숙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