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속한 '북 · 중 밀착' 대응책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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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중국 관계가 급속도로 긴밀해지고 있다. 1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이어 장성택 노동당 제1부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중국을 찾았다. 4월 중엔 중국 국방부장의 방북도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북.중 경제교류다. 2003년 100만 달러 선이었던 중국의 대북투자는 지난해 1억 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 북.중 교역규모는 16억 달러로 남북 간의 11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칫솔.옷.옥수수 등 생필품의 90%가 중국산이라고 한다. 북한 경제가 중국에 예속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대북 압박이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선 미국의 금융 제재에 따른 '절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중국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의 '북한 몰아치기'가 더 심해지면 1차적 국익인 '북한 붕괴 방지'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결정적 위기를 모면할 정도의 지원만 해오던 전략에서 중국이 벗어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북.중 밀착은 장.단기적으로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중 경제협력이 10년, 20년 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략적 사고가 없다면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특히 경제협력의 양상을 보면 그렇다. 북한 무산광산 채굴기간을 50년으로 하는 등 합작사업의 계약기간이 대부분 20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통일 이후를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큰 것이다.

이런 사태 진전은 우리 외교 전략에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 해결에 간단치 않은 과제를 우리에게 던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향후 남북경협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만 봐도 그렇다. 그동안 한.미는 북핵 문제 해결이 진전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의 대북 압박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남북경협의 속도를 조절해왔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향후 '대북 선점(先占)'의 의지도 있어 보이는 중국의 공세를 우리로선 먼산 바라보듯 할 수는 없다. 북한의 급속한 중국 경사(傾斜)는 북한을 완충지역으로 삼아 중국을 견제한다는 미국의 전략 기조와도 상충된다. 따라서 남북경협을 보다 강화한다는 데 한.미가 견해를 같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근본적인 대북정책 기조가 '북한체제 변경'에 있다면 그런 합의는커녕 갈등만 일어날 소지가 크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외교환경은 이만큼 복잡미묘하다. 북.중 밀착을 포함한 각종 변화의 조짐을 다양한 시점(時點)과 안목에서 분석해 우리의 안보.경제이익에 부합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실사구시(實事求是)차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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