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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 2022년 ‘암 조직만 골라 죽이는’ 중입자 치료 시작

중앙일보

입력

중입자 치료는 축구장 크기의 중입자 가속기에 탄소 이온을 실어 암 조직을 직접 타격하는 기술이다. 가장 발달한 방사선 치료로 평가받는다.  [사진제공=NIRS]

중입자 치료는 축구장 크기의 중입자 가속기에 탄소 이온을 실어 암 조직을 직접 타격하는 기술이다. 가장 발달한 방사선 치료로 평가받는다. [사진제공=NIRS]

암 조직만 골라 죽여 치료 효과가 뛰어나지만 비싼 가격 탓에 들여오지 못했던 중입자 치료기가 국내에 들어온다. 오는 2022년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중입자 치료가 시작될 전망이다.

연세의료원은 일본 도시바, DK메디컬솔루션과 29일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중입자 치료기 계약 체결식을 열었다.

중입자 치료기는 중입자(탄소 원자)를 입자 가속기에 넣어 빛의 속도로 가속해 환자의 암 조직에 투사하는 기기다. 김용배 연세대의대 방사선종양학교실 주임교수는 “암 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고 암 조직만 사멸시킨다”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날카로운 명사수’(Sharp Shooters)라고 표현할 정도로 정확도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치료 기간이 짧다는 장점도 잇다.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존 방사선ㆍ양성자 치료는 평균 30회의 치료를 받지만 중입자 치료는 12회만 받으면 된다.

코 안쪽에 어린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암 덩어리(왼쪽 사진 가운데 흰 부분)가 자라고 있는 34세의 일본인.중입자 치료기로 16번 치료하자 26주 만에 암 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오른쪽). [일본방사선총합연구소 제공]

코 안쪽에 어린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암 덩어리(왼쪽 사진 가운데 흰 부분)가 자라고 있는 34세의 일본인.중입자 치료기로 16번 치료하자 26주 만에 암 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오른쪽). [일본방사선총합연구소 제공]

병원 측은 5년 생존율이 다른 암보다 떨어지는 폐암과 간암, 췌장암이나 치료가 어려웠던 재발성 직장암, 골육종 등 난치암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고령의 암 환자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연구에 따르면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 전 중입자 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 생존율이 20% 이하에서 53%까지 올라갔다.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도 항암제와 중입자 치료를 병행할 경우 2년 생존율이 10% 미만에서 66%까지 향상됐다.

치료 효과는 높지만 비싼 가격 탓에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 현재 일본(5기), 독일(2기), 중국(2기), 이탈리아(1기) 등 전 세계에서 총 10기의 중입자 치료기가 운영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중입자 치료기 도입에 10년간 유지비를 포함해 약 3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암 환자들은 중입자 치료를 받으려면 대행사를 거쳐 일본을 찾아야 했다. 체류비 등을 포함해 1회 치료를 바는데 1억원 정도가 들었다. 지난해 26명의 한국인 환자가 일본 NIRS를 찾아 원정 치료를 받았다. 세브란스 병원에 중입자 치료기가 도입되면 1회 약 3000~4000만원의 치료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배 교수는 “일본에선 특정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도 해주고 있다. 일본과 비슷하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면 환자 부담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하타자와 마모루 도시바 이사상무, 윤도흠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이창규 DK메디칼 솔루션 회장 [연세의료원]

(왼쪽부터) 하타자와 마모루 도시바 이사상무, 윤도흠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이창규 DK메디칼 솔루션 회장 [연세의료원]

중입자 치료기는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뒤편 주차장에 지하 5층, 지상 7층의 연면적 약 3만5천㎡(약 1만평) 규모로 설치된다. 건축이 완료되면 오는 2022년께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가 시작된다. 매년 1500명의 암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이나 중국으로 중입자 치료를 받으러 원정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의무를 다한다는 사명감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최고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를 통해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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