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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 미끼로 952억 가로챈 6개 조직 일망타진

중앙일보

입력

"암호 화폐에 투자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사람들을 속여 투자자를 모은 금융 다단계 조직 6곳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 조직은 '암호 화폐 투자'를 내세워 투자자들에게 총 952억4000만원 상당을 챙겼지만 실제로는 암호화폐를 개발한 사실이 전혀 없거나 가짜 암호 화폐를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암호화폐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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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강력부(이진호 부장검사)는 29일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암호 화폐 투자 조직 4곳과 해외사업 투자 조직 2곳 등 6개 조직 95명을 적발해 최모(40)씨 등 9명을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김모(58)씨 등 82명을 불구속기소 하고 소재지가 불분명한 4명을 기소 중지했다.

수원지검, 금융다단계 조직 95명 적발…10명 구속 #"암호화폐 투자하라" 속여 952억원 가로채 #일부 주범은 피해자 행세하며 처벌 피하기도

이들 6개 조직은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암호 화폐를 구입하거나 관련 사업에 투자하라고 속여 1만5507차례에 걸쳐 952억4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조직은 암호 화폐 투자 열풍을 노려 투자자를 모았다.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현금으로 환전도 가능한 암호 화폐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며 "이 코인을 사면 단기간에 원금의 2~5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사람들을 속였다.

수원지검이 적발한 다단계 금융조직의 구조 설명도 [사진 수원지검]

수원지검이 적발한 다단계 금융조직의 구조 설명도 [사진 수원지검]

특히 다단계 방식의 투자를 권유했다.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추천수당으로 10%, 후원수당 5~16%를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지인이나 가족 등을 끌어들인 투자자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A코인 조직의 경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암호 화폐로 6개월 뒤엔 원금의 2~5배를 벌 수 있다"며 2015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5243차례에 걸쳐 292억1000만원의 투자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혀 개발하지 못했고 시세도 내부 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올린 것이었다. 투자자들에게 보여준 외국은행 명의의 지급보증서도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B코인 조직도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암호 화폐"라며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196차례 걸쳐 66억 2000만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자체 개설한 거래소에서 암호 화폐 시세를 임의로 조작하고 자신들의 급조해 만든 커피전문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본사로 송금된다던 코인 판매대금도 대포통장으로 보내져 사실상 현금 환전이 불가능했다.

암호화폐 이미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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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은 다단계 방식의 투자자 모집으로 지속해서 범행을 이어왔다. 공범 중에는 사법기관 등에 적발되면 "나도 피해자"라며 법망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실제로 A코인 조직에서 지역센터장 역할을 했던 김모(44·구속기소)씨는 관련 수사가 진행되자 '피해자'라며 진정서를 제출하고 주범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절차(영장실질심사)에도 피해자 대표로 나가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A코인 투자 설명회를 주도하고 각종 수당 명목으로 5억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구속기소 됐다.
A코인 조직의 경우 지역센터장 등 관련자 44명 중 17명이 전에도 다단계 등으로 처벌을 받거나 비슷한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다단계 조직 사건에 연루돼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50)씨도 교도소 안에서 동료 수용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보석으로 풀려난 뒤에도 일반인을 상대로 범행을 계속하다가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암호 화폐 열풍과 함께 고수익을 빙자한 다단계 방식의 투자 범죄가 2013년 83건에서 지난해 712건으로 9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부 공범들은 피해자 행세를 해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처벌만 받고 다시 유사한 범행을 반복하는 경우가 확인된 만큼 철저하게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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