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출세=행복」공식 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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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 아이들을 살리자!』
최근 「시험없는 하늘나라에서 살고싶다」「대학에 가야만 인간대접을 받는 이 오염된 세상이 싫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있는 가운데 어머니와 교사들이 이를 막자고 나섰다.
18일 오후6시 홍사단서울지부에서 열린 「자살학생 위령제및 참교육실천결의대회」는 한국여성민우회 학부모모임·한마당교육문화연구회·주부아카데미 협의회·전국교사협의회·서울교사협의회·경인교사협의회등 6개 여성및 교사단체가 함께 마련한행사. 이 행사는 분향에 이어 86년부터 88년까지의 학생자살실태가 보고됐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자살학생수만 보더라도 86년에 24명이던것이 올해는 더욱 늘어 6월중순 현재 이미 30명을 넘어섰다는 발표에 여기저기서 긴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인교사협의회 김종만회장의 추도시 『떠나가는 어린 넋들 앞에 애도하며』가 낭독되자 비통한 분위기는 한결 고조됐다.
다음은 소복차림의 어머니들이 춤추며 진혼굿을 벌인뒤 떨리는 목소리로 결의문을 읽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악마와 같은 입시교육제도와 거기에 기초한 비인간적 사회구조가 구조적 요인이라면, 거기에 편승하여 아이들을 악마의 유희로 내몬 학부모와 교사의 무지와 허영심은 그 직접적 원인이라고 할수있다.』
이 결의문은 끝으로 △자녀와 학생들을 골병들게하는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전개△교육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교육정상화 추진위원회」(가칭)결성등을 촉구했다.
한편 주부아카데미협의회는 20일 서울경동교회교육관에서「죽어가는 아이들, 성적때문일까?」를 주제로 학부모와 교사의 사례발표및 대화모임을 가졌다. 이날 사례발표에 나선 주부아카데미협의회 이숭리회장은『현재의 교육여건이 달라지지않는한 우리자신의 아이들도 「아직」살아있을뿐, 결코 안심할수없는 일』임을 상기시키면서 『죽음이라는 최후의 방법으로 항의하는 학생들을 단순히 개인적 심리상태 탓이라고 매도해버린다면 우리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수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를 풀어가는 구체적 방법으로 학생·교사·학부모 모두가 우선 「공부=대학=출세=행복」이라는 거짓공식을 깨뜨리는데 앞장서야 하며 학부모들이 굳은 의지로 교사에게 봉투나 건네며 자기자식만을 부탁하는 교육포기적인 자세를 버릴것등을 제시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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