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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납득할만한 결론까진 난관첩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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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랜 진통 끝에 국회의 특위들이 곧 가동될 전망이다.
20일 원구성을 끝내고 국회가 정상을 되찾음에 따라 이제 광주·5공화국 비리 등이 국정조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21일 특위가 구성된다하더라도 「모두 납득할만한 만족스런 결론」을 내리기까지엔 많은 난관이 놓여있다.
이미 특위구성과정에서 여야간에 명칭·조사대상·시한을 놓고 말썽이 일고 있는 것도 다난한 전도의 예고다.
민정당은 비리조사특위에 「5공화국」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민정당은 『5공화국 전체가 비리덩어리냐』며 특정사안으로 명명할 것을 주장했으나 야당측은 이러한 주장을 『조사대상을 축소하려는 저의』라고 비난하고있다.
민정당은 이미 전두환 전대통령의 직접조사는 절대 안된다는 원칙아래 △유언비어성 사건△재판에 계류된 사안 △단순한 의혹에 근거한 소문 등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광주특위 명칭을 놓고 「광주사태」냐, 「광주의거」냐 하는 문제에도 그 당시 상황을 「해명」해 정당성을 인정받겠다는 여당과 민정당 정권의 츨생비리를 파헤치겠다는 야권의 의도가 서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의 차이는 조사대상의 선정 및 조사방법 등에 있어 숱한 마찰을 불러올 것이 틀림없다.

<시한>
민정당은 특위가 올림픽전에 매듭지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민정당이 처음 구상했던 것은 올림픽전에는 대충 구성이나 하고 본격활동은 올림픽후로 미룬다는 것이었다. 특위때문에 올림픽 무드가 방해받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 방침을 바꾼 것은 특위활동을 지나치게 오래 끌면 자칫 내년으로 넘어가고 거기에 재신임문제·지방자치제선거 등이 얽혀 복잡하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올림픽으로 특위를 묻어버리는」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때문에 민정당측은 특위시한을 가급적 올림픽전으로 하되 아무리 늦어도 금년안으로는 끝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측은 올림픽전후 특위를 매듭짓는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민주당측은 구시대청산은 올해로 끝내고 새로운 정치발전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공화당은 비리를 파헤칠 때까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무제한 끌고 가겠다는 생각은 아닌것 같다.
평민당은 시한을 못박는데는 반대지만 빠른 시일안에 매듭짓자는 쪽이다. 그러나 그 빠른 시일을 대충 1년 정도로 잡고있는 듯하다. 내년의 재신임·지자제선거에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결국 특위시한은 금년안으로 끝낼것이냐, 내년까지 넘길 것이냐가 문제인데 내년의 정치상황에 대한 각당의 계산, 그리고 4, 5년후의 정치구도들이 미묘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조사의 실효>
정치적 사건에 대한 과거 몇차례의 국회조사는 조사보고서도 못낸채 유야무야 끝난 적이 많았다.
이번 특위는 자칫 그럴 우려가 많다.
광주문제나 5공화국의 권력형비리 같은 것은 정치적으로 예민하게 대립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광주사태의 경우 광주시민의 입장과 당시 진압군 사이에는 현격한 시각차이가 있어 그것을 어느 한쪽으로 결말짓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전두환 전대통령을 문제삼음으로써 6공화국에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야당파 이를 방어해야할 여당의 이해가 완전히 상반되고 있는 5공화국비리조사 역시 구체적인 사안의 조사에 들어가면 예상한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않다.
실제로 국회의 조사가 사법적인 수사나 신문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수박겉핥기로 떨어지기 쉽다.
야당측이 유력한 증인의 출두와 구체적인 자료확보 등을 위해 증언감정법에 구인제도를 도입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야당이 갖고있는 정보는 뚜렷한 구체성이 별로 없다. 공화당이 3백50건의 제보사건 중 50건만 조사하겠다고 한 것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보보다 루머성 제보가 많기 때문이다.
야당측은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보다 정확한 제보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중요기관의 자료들을 확보한다면 문제의 깊은 곳까지 파헤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당측이 여러가지 역공세를 취하고 중요한 대목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도 없지 않으며 정부기관이나 관련단체가 얼마나 협조적일지도 알 수 없다.
특히 민정당은 증거주의를 강력히 요구할 작정이다.
이럴경우 야당이 단독으로 증거를 확보하기는 힘겨운 사안들이다.
특히 노스롭항공사 사건이나 해외재산도피 등 해외관련비리는 더욱 그렇다. 야당측은 외국인의 증언도 듣고 현지조사도 한다지만 관련국가와의 협조문제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록히드뇌물사건의 예처럼 장기화되면 그것을 추적해나갈 수 있을지가 문제다.
평민당 등 야당측은 반미감정의 원인이 되고있는 미국의 광주사태 개입을 파헤치겠다며 여러가지 자료를 확보하고는 있으나 미국에 대해 어떻게 조사해 들어갈지부터 막연하다.
야당측이 제안한 양대선 거부정특위와 지역감정해소특위 등은 야당내에서도 관심이 멀어지고있다.
평민당은 대통령선거부정백서까지 발간했고 3야당이 총선과정에서 대여공격수단으로 이용해왔다.
또 총선과정에서 발생한 부정문제도 차점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조사의 근거는 다소 있을지라도 여소야대의 뒤집어진 분위기속에서는 정치공세 이상의 구체적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더우기 민정당은 야당 정치자금 조성과정을 고리로 걸어 「정치자금·선거자금 등 6공화국 출범과 관련한 사안」은 조사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어 더 이상의 진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야당측이 차기선거과정에서의 부정방지를 위한 선거법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는 정도다.
지역감정해소특위도 정당분포자체가 지역당화해 있어 캠페인성 이상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입법기관 고유기능인 법안 개폐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간 다소 이견은 보이더라도 가장 구체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러가지 장애와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특위의 조사가 이러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 처벌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야당측은 「정치보복」은 않겠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음에도 『국민이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사실이 밝혀질 경우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게 기본입장이어서 자칫하면 사건은 「정치재판」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않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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