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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새벽 3시에 "구속"···영장심사는 왜 매번 밤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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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구속의 갈림길에 선 피의자와 발부를 고대하며 촉각을 곤두세운 검찰,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국민, 대개 새벽에야 나오는 법원의 결정.

부쩍 잦아진 중앙지법 새벽 결정 #박근혜·김관진·조윤선 “자정 넘겨 #“검찰은 밤샘 조사 없앤다는데 … ” #법원 “사건 기록 많고 업무도 몰려” #일각 “큰 사건 여론 살피느라 지체”

최근 서울중앙지법 영장심사날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실제 박근혜(66) 전 대통령, 전병헌(60)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주요 피의자들이 연루된 사건들은 대부분 자정이 지나서야 영장심사가 끝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 여부를 법원에서 너무 늦게 판단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피의자, 검찰, 구치소 관계자 등은 물론 결과를 기다리는 국민까지 모두 고역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최근 인권 침해 우려로 ‘밤샘 조사’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새벽이 돼서야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적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자정 넘어 끝나는 중앙지법 영장심사

자정 넘어 끝나는 중앙지법 영장심사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중앙지법의 구속 여부 결정은 왜 매번 ‘밤샘 심사’로 이어지는 것일까. 법원은 피의자를 인치한 뒤 24시간 이내에 심사를 끝내야 하는 형사소송법상 심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24시간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해 ‘밤샘 심사’를 피하려 해도 그렇게 못하는 상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장심사 단계에서 피의자는 대기자 신분이다.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서다. 심사 도중 피의자를 임의로 귀가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영장심사에 시한을 두지 않으면 피의자가 무한정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밤샘 심사’를 감안하고라도 24시간 내에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게 법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앙지법 외에 다른 법원에선 일과 시간(오후 6시) 내에 심사가 끝나는 일이 빈번하다. 한 서울고법 판사는 “4~5년 전만 해도 오후 11시 이전엔 심사 결과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일부에선 정치·사회적으로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부담을 느낀 법원이 일부러 늦게 심사 결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증거가 명백한 사건들은 비교적 신속하게 심사가 이뤄진다”며 “이례적으로 기록이 방대한 데다 ‘제3자 뇌물’ 등 혐의가 복잡한 일부 사건에 한해서만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77) 전 대통령 영장심사 단계에서 검찰 수사 기록은 각각 10만, 8만 페이지에 달했다.

중앙지법에 사건이 몰리는 것도 심사가 늦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는 총 3만5126건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중 중앙지법에 가장 많은 3175건이 몰렸다. 영장전담 판사 1명이 매년 1000건이 넘는 영장심사를 하는 셈이다. 한 중앙지법 판사는 “구속영장 외에도 압수수색, 통신조회 영장 등 영장전담 판사가 담당하는 업무가 과중한 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장전담 판사를 늘리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김한규 변호사는 “영장전담 판사들의 1인당 업무 분담을 줄여 신속한 심사를 이끌어 내는 게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중앙지법의 다른 부서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영장전담 판사 수만 늘리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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