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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은 권력 분권에 매우 소극적"…토론회서 나온 전문가 지적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발의한 개헌안이 "권력의 분권 측면에서 매우 소극적"이라는 헌법 전문가 비판이 제기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국민주권회의' 주최로 열린 '대통령의 개헌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대통령은 촛불혁명의 완성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왜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는 외면하는가"라며 "또 다른 박근혜의 출현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데 대통령 개헌안은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27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국민주권회의'가 주최한 '대통령 개헌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27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국민주권회의'가 주최한 '대통령 개헌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장 교수는 "이번 10차 개헌의 화두는 분권과 협치"라며 "대통령 개헌안의 내용은 대통령의 임기를 바꾸었을 뿐 여전히 대통령이 정부와 여당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견상 대통령의 권력을 축소하는 듯이 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실질적인 권력 완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며 "대통령 개헌안에서 '국가원수'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등 문구를 삭제해도 여전히 대통령의 권력이 남아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구조와 관련해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부형태는 대통령제"라며 "내각제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의회 다수파에게 몰아주는 제도라서 분권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통령제의 흠결은 독재적 대통령제의 유산에 따라 협치의 정치문화가 작동하지 못한 탓"이라며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제도를 바꾼다고 해소되는 문제도 아니고 오히려 권력집중적으로 역행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야권에서 주장하는 총리 국회선출제에 대해선 "대통령제를 골간으로 하는 정부형태에서 채택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아닌 국회와 연계한 총리가 일반 행정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방식은 혼합정부제일 수는 있어도 분권형 '대통령제'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 헌법상 국무위원의 인사청문제를 신설하거나 대법관인사추천위원회 구성에서 대법원장의 관여권을 배제하는 조항 등이 채택됐다면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권력구조 외에 지방분권, 기본권 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개헌안은 지방분권을 오히려 후퇴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 동안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고 그 핵심은 지방정부의 법률제정권 보장"이라며 "대통령 개헌안에는 입법권을 나누는 규정이 없어서 국회의 입법권 독점을 다시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제시된 기본권과 관련해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은 "어떤 기본권은 법률 수준으로 구체적이고 다른 기본권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송승환·성지원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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