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채용비리 점입가경…검찰, 부산시청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재경 BNK 금융지주 사장이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재경 BNK 금융지주 사장이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은행 채용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은 27일 부산시청 세정담당관실을 압수 수색을 했다. 부산시 전 고위공무원의 아들이 부산은행에 부정 채용됐다는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서다.

부산지방검찰청에 따르면 부산지검 특수부는 부산시 세정담당관인 송모(퇴직·63) 씨가 아들(37)의 부산은행 채용을 위해 부정 채용을 부탁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당시 부산시 금고로 부산은행과 국민은행이 선정됐고, 이 과정에서 부산은행이 송 씨 아들을 부정 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12년 부산시가 부산은행을 시금고로 선정할 당시 관련 자료를 중점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지난 20일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은행 본사 13층 마케팅전략부를 압수 수색을 하며 부산은행 시금고 선정 관련 자료를 압수한 바 있다. 당시 부산시 세정담당관실 고위직에 근무하던 A씨는 부산시 예산을 관리하는 시금고 유치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부산시 금고 선정 과정에서 부산은행에 편의를 제공하거나 도움을 준 대가로 아들 취업을 청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부산은행을 압수 수색을 하며 동시에 A씨 자택에도 수사관을 보내 A씨 휴대전화 등을 가져와 통화내용 등을 분석했다.

부산시는 2012년 11월 부산은행을 주금고, 국민은행을 부금고로 각각 선정했다. 2012년 부산시 예산 8조4728억원 가운데 7000억~8000억원을 주금고와 부금고가 7대 3의 비율로 맡아 관리했다. 2013년 초 부산은행에 입사한 A씨 아들은 5년여 만인 이달 초 갑자기 퇴사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부산은행이 시금고에 단독 신청한 상황에서 심의위원 10명의 시금고 선정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며 “아들이 퇴사한 이유는 대학교 4학년 때 입사한 아들이 이후 바쁜 회사생활로 졸업을 못 해 입사 필수서류인 졸업증명서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부정 채용 혐의 일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자료를 분석해 시금고 유치나 편의 제공 대가로 부정한 채용이 이뤄졌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지난 2월 8일 부산지검 특수부는 이날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부산은행을 압수수색 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8일 부산지검 특수부는 이날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부산은행을 압수수색 했다. [연합뉴스]

한편 검찰은 2015년 부산은행 신입 행원 채용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조작해 전 국회의원 딸과 전 부산은행장 외손녀를 합격시킨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지난 20일 강동주(59) BNK 저축은행 대표를 구속기소 한 데 이어 같은 혐의로 구속된 박재경(56) BNK금융지주 사장도 이날 기소했다.

검찰은 박 사장과 함께 2015년 부산은행 인사부장과 담당자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딸을 채용해달라고 박 사장에게 청탁한 혐의로 전 국회의원 B 씨도 소환 조사하는 등 부산은행 채용 비리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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