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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반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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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자유시장 경제 원리의 핵심인 사유재산제 보장을 침해하는 제도입니다.”

재건축조합 8곳 헌법소원 청구 #사유재산제 침해, 이중 과세 주장 #불명확한 부담금 계산법도 논란 #정부 측 “위헌 요소는 없다” 반박 #토지공개념, 개헌안 반영이 변수

2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법무법인 인본의 김종규 대표변호사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환수제가 국민 평등권·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인본은 서울 강남구 대치쌍용2차,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조합 8곳을 대리해 헌재에 청구서를 냈다.

위헌 논란이 계속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하 환수제)의 운명이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다시 넘어갔다. 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한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2006년 도입된 뒤 2012년 말부터 유예됐고, 올해 1월 부활했다. 당장 5월부터 강남권의 환수제 적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재건축 부담금 청구서’가 통지될 예정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부동산 업계에서는 위헌이란 지적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다. 반면 정부와 일부 전문가는 “위헌 요소가 없다”는 입장이다.

위헌 논란의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대표적인 게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부분이다. 재건축 후 집을 팔지 않아 차익이 생기지 않는 상황에서 세금을 내는 게 맞느냐에 대한 것이다. 김종규 변호사는 “부담금을 내는 사람이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억원의 여유 자금을 가진 조합원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결국 집을 팔라는 소리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삼술(변호사)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장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가 위헌이 아니라는 게 헌법재판소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유 과장이 근거로 내세운 것은 1994년 7월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한 헌재 결정문이다. 헌재는 당시 “실현된 이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할지, 미실현 이득에 대해서도 부과할지는 입법 정책 문제로, 그 자체로 헌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고 결론 냈다.

2008년 환수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긴 했지만 당시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부담금 부과 사례가 없어 피해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환수제 대상이었던 서울 용산구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이 2014년 헌법소원을 냈지만 아직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부담금 계산법의 불명확성도 논란거리다. 부담금은 추진위원회 구성 시점(개시 시점)부터 준공(종료 시점) 때까지 오른 집값에서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용(조합 운영비 등)을 뺀 금액에 부과된다. 두 시점 모두 실거래가의 70% 수준인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문제는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매년 올라간다는 점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초과이익이 실제보다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헌 주장을 펴는 전문가들은 ‘이중 과세’라는 점도 지적한다. 집을 팔 때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매겨지는데 추가로 재건축 부담금을 징수하는 게 부당하다는 논리다. 반면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양도세 계산 시 재건축 부담금은 필요경비로 공제하게 돼 있다”며 “이중 과세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평성 위배 문제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조합원마다 주택을 산 시점과 가격이 다른데 세금을 일률적으로 부담하는 게 합리적인지에 대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합원이 부담금을 낸 뒤 집값이 하락하면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익에 대한 과세는 있지만 손실에 대한 보전 방안이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다. 백인길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업을 통해 돈을 벌면 사업 소득세를 내는데 손해 나면 손실을 보전해 주느냐”고 반문했다.

재개발의 경우 이익 환수제가 없는데 재건축에만 적용된다는 점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재건축은 민간 주도성이 강한 반면 재개발은 노후한 주택과 인프라를 개발하는 공익성이 강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토지공개념을 개헌안에 담기로 한 것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환수제 성격이 강한 토지공개념에 기반을 뒀기 때문이다. 토지공개념은 땅에 관한 한 개인 재산권이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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