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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2위 수출국끼리 ‘고래싸움’ 반도체·디스플레이 새우등 터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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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중 수출액 증가율 6위(16%)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숫자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1, 2위 수출국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경제에 초대형 악재일 수밖에 없다.

컴퓨터·휴대전화·합성수지·유화 #대중 수출 79% 중간재 피해 우려 #“중국산과 경쟁 품목 반사익” 전망도

특히 중국을 상대로 한 중간재 수출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기업들은 한국산 원료와 반제품을 수입·가공해 미국 등에 수출(가공·보세무역)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의 전체 대중(對中) 수출(1421억 달러) 중 78.9%를 중간재 수출이 차지했다. 2015년(65.8%)보다 크게 높아졌다. 2015년을 기준으로 비교해도 한국의 대중 가공·보세무역 비중은 일본(48.4%)이나 유럽연합(25.6%)보다 월등히 높다. 세계 평균(44.1%)과 비교하면 1.5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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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확대되면 한국의 ‘수출 효자’로 꼽히는 반도체·평판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컴퓨터·휴대전화·가전 등 중국이 만들어 수출하는 전기기기의 가공무역 비중은 70.7%에 달한다.

의류와 피혁 제품에 사용되는 합성수지·석유화학 원료의 수출도 미·중 교역량 감소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생산·수출 등 국내 주요 경제지표가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 둔화는 경제 전반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7.4%였다.

김은영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하면 중간재 수요 감소에 의해 한국의 총 수출은 0.25%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중간재 외에 대중 완제품 수출도 위축될 전망이다. 통상 마찰로 중국의 내수 시장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7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섣불리 명암을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과 한국산이 경쟁하는 품목의 경우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기계류·전기전자·의료정밀광학 등 일부 품목은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을 정조준한 트럼프 발 보호무역주의가 한국을 비켜가지 않을 태세라는 데 있다. 미국은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을 요구했고, 올 들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모처럼 찾아온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 자연스레 불황을 맞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OECD는 이달 초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7%에서 3.9%로 상향 조정했다. 7년 만의 최고치다.

하지만 미·중 통상전쟁이 심해지면 전 세계 교역량이 줄어 한국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앞으로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무역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특정 수출 품목을 지키는 데 안주하지 말고 큰 틀의 국익을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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