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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정국」과 임시국회의 항로|문은 열었지만 초반부터 공전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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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광주·5공화국비리문제 조사특위를 구성할 제142회 임시국회가 10일 시작됐습니다. 사실상 13대 국회가 본격 개막된 셈임니다. 그러나 의사당 밖은 남북학생회담강행·저지로 어수선하고 안으로도 국회법 개정하나 매듭짓지 못해 막상 국회 문은 열었지만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김재순의장은 개원사에서 타협과 대화를 가능케할 절묘한 황금분할이라고 낙관했고 개원리셉션때엔 1노3김이 함께 축배를 드는 등 겉모양은 그럴듯하게 갖췄습니다. 그렇지만 겨우 10일후에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그 모양이 계속 유지될지 알 수 없군요. 절묘한 황금분할이 되레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4당 이해가 엇갈려 아직 상임위원장도 결정을 못했고 또 국회법이 통과 안돼 의사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어요. 자칫하면 초반부터 국회가 공전할지도 모르게 됐어요.
-9일에도 밤늦게까지 국회법개정특위를 열었지만 청문회제도, 사무총장 임명절차 등 몇 개의 중요쟁점을 타결하지 못했습니다.
-일이 잘안되니까 이번엔 야당이 표결을 주장하고 여당이「다수의 횡포」라고 항의했어요.「여소야대」를 실감케 하더군요.
-국회법이 통과돼도 상임위원장·특위위원장 배분, 특위활동 내용·범위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심해 문만 열어놓고 공전하지 않나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통일문제와 관련해 돌발사건이 생기거나 구속자 문제가 암초가 될 소지도 크죠.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것도 아닙니다. 청와대 회담만해도 형식문제롤 놓고 4자니, 5자니 하고 서로 체면까지 걸고 고집을 부리다가도 풀어내지 않았습니까. 각당 총재가 실세와 정치력을 갖추고 있는만큼 기대해 봐야죠.
-그러나 민정당은 이번 국회가 4당체제의 첫 시험장으로 앞으로 국회운영의 선례를 세운다고 보고있어 처음부터 밀릴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개헌협상 때까지도 온건한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에 강성으로 변한 것 같아요. 5개 특위도 좋다, 5공화국 청산도 좋다고 하더니….
-그건 당외 범여권의 압력이 민정당에 전해진 것이란 얘기도 있어요.
-권력의 핵심부에서는 소수여당을 얕잡아 보는 자세, 좌경세력의 득세, 공권력의 약화 등에 대한 우려가 깊은 것 같습니다. 보수세력은 실망해 이반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가고, 지역감정은 심화돼 지지기반이 불투명해지고…. 리더십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거죠. 5공화국때 같지는 않더라도 뭔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의석 뒷받침이 없으면서 옛날의 강성 자세로 전환하려는데 민정당의 고민이 있죠.
-평민당은 처음에 새시대를 여는 청산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다가 최근 6·10학생회담등 장외 목소리가 커지고 통일문제가 폭발지경에 이르자 이런 논의를 국회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올림픽도 수행하고 정국안정도 이룬다는 입장이죠.
-그러면서 통일논의도 수렴하고 광주도 파헤쳐야 하고…. 일종의 유화제스처인데 언제까지 그럴는지 모르겠군요.
-민주당은 올림픽 전후를 청산기라고 보고있어요.
-운영면에선 어느 1당의 독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는 겁니다.
-평민당과의 경쟁심리가 깔린 것이겠죠.
-그에 비하면 공화당은 경쟁적 자세나 일의 완급에 대한 초조감은 없습니다. 특위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하게 하고 시급한 민생문제·30여개 악법개폐등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가 공화당으로선 자신의 정치색깔이나 역량을 첫 선뵈는 셈이니 무척 신경을 쓰는 눈치예요.
-그렇게 각당의 이해가 달라서는 야3당간의 공동보조에 부조가 생길지도 모르겠군요.
-글쎄…. 그래도 야당이 합쳐야「다수」가 되고 그래야 힘이 생기니까 서로 이해가 맞는한은 공동보조는 가능하겠지요.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최소한 5공화국 유산청산까지는 야권3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하더군요.
-민정당은 그 3당협력이 제일 곤혹스런 것이지요. 그러나 민정당은 3당내부에 보조가 맞지않을 틈새가 있다고 보고 있어요. 강온 양책을 구사하면서 시험하겠죠.
-뭐니뭐니해도 이번국회 태풍의 눈은 야당이 주장하는 5개특위의 구성문제겠지요. 광주사태·5공화국 비리등은 폭발력이 잠재돼있는「호감도」이슈거든요.
-야당측은 차제에 모든 종기를 짜내버리겠다는 결의가 대단하고 여당측은 여기서 밀릴 수 없다고 정공법으로 나오고있어요.
-자칫하다간 정권전체, 국회존립의 문제도 얽힐 수 있어 조마조마하긴 여야가 마찬가지인데 이번 국회에서 특위가 본격가동이 될까요.
-구성되기만 해도 성공아닙니까. 민정당에선 결국 회기안에 구성되더라도 최대한 제동을 걸 작정이지요.아예 조사대상이나 방향같은것도 미리 한정하자는 속셈인 것 같아요. 전두환 전대통령은 절대 직접조사대상이 되게 할 수 없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명칭·구성에서 여러가지 제안을 내걸겁니다. 광주사태 진상조사특위는 광주사태 치유특위로 하자든가, 제5공화국 비리는 권력형 비리로 한다든가 하는 것도 그렇고, 특위를 여야동삭로 하자는 것도 그렇고….
-여야동삭로 하자는 것은 특위활동을 아예 못하게 하겠다는 발상아닙니까.
-과거 10·26이후 구성된 헌법특위가 여야동삭로 된 적은 있죠.
-야당의 정치자금 비리조사같은 것으로 역공을 취하려면 특위에서 민정당 숫자가 절반은 돼야한다는거죠. 민정당은 최근 김씨들의 정치자금조사도 하자니까 야당이 주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광주사태같은 것은 또 다른 제2의 광주사태를 낳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어요.
-당시 관련됐던 군인들이 나서서 증언하고 서로 자 신이 옳다고 주장하다보면 어떤 사태가 생길지도 모르죠.
-일부에선 미국의 이란-콘트라사건 의회청문회 때처럼「노스」중령같은 이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노재봉교수 발언파동이상의「소란」이 생길 수도 있지요.
-아무튼 그바람에 어느 당이 어느 특위를 차지하느냐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어요.
-제일 까다로운 것은 광주사태조사특위인데…. 평민당도 내심 다른 당이 맡아줬으면 하지만 결국 해결의 주도적 책임을 강조해온 평민당이 맡아야겠죠.
-민주당은 처음부터 지목해온 5공화국비리조사특위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눈치더군요. 민정당도 핵심 3개 특위중 하나는 차지해야 되겠다는 생각인데 5공화국 비리조사 특위를맡아 전전대통령문제는 자신이 처리한다는 속셈이예요.
-민정당이 5공 비리특위를 맡는다는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반민주악법개페 같은 것은몰라도….
-결국 핵심 3개 특위는 민정이 법령, 평민이 광주, 민주가 5공비리로 낙착되기 쉽겠군요.
-상임위원강 감투를 놓고 벌이는 여야간 줄다리기도 볼만합니다. 내무·재무등 이른바 노른자위 상위를 쳐다보며 각당은 군침을 삼키고 있죠.
-상임위가 16개로 늘어나 민정 7, 평민 4, 민주 3, 공화 2개씩 챙긴다는 총론엔 합의를 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것을 갖느냐는 각론에 있어선 아무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야권 3김회담에서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카드로 제시한 통일위상설화 문제는 한 때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했어요. 결국 특위로 하기로 결말이 났지만….
-민정당은 이번 상임위 쟁탈전에서는 국정을 책임진 맏형으로서의 체면을 살리겠다는 각오입니다.
운영·법사·외무통일·내무·재무·국방등 핵심 6개 상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맡아야하고 그밖에 농수산·건설·경과중에서 아무거나 하나를 잡는다는 전략이지요.
-평민당은 민정당의「여야국정동시책임」논리를 이용, 역공을 퍼고있습니다. 즉 국정을 더불어 책임지는 마당에 핵심상임위중 한 둘은 맡아야하고 특히 여당 국회의장의 독주를 견제하기외해 운영위를 야당이 차지 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민주당은 철저히「실속챙기기」에 주력하는 인상입니다. 재무위에 마음을 두고있고 내무·행정중 하나, 그리고 상공·동자중 하나를 노리고 있죠.
-공화당은 자기몫 2개중 하나정도는 무게있는 상임위를 잡고 나머지는 교체위로 할 작정입니다.
-여소야대 국회가 본격가동 되니까 행정부 각부처는 어떻게 대처할지 머리를 싸매고 있어요.
-여당의 보호막이 없어 야당 눈치를 보지않을수 없게됐는데 일단 민정당과만 당정 협의를 하고 야당을 설득하기로 입장을 정리했어요.
-각 부처가 소속상임위를 중심으로 정책을 협의하고 받아들일수 있는것은 과감히 받아들이고 반영할수 없는 것은 행정부의 입장을 밝히자는 겁니다.
-여소야대 국회가 정치발전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혼란만 야기할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여야가 말로만 떠들던「대화와 타협의 성숙한 정치」가 어느정도 모습을 갖추게될지 궁금합니다. 여야가 당리라는 우물을 벗어나 진정으로「의회시대」를 이끌고 갈 정치력을 기대해봅니다.<정리=김진국·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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