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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왜 진보에만? '운동권 문화' vs. '운동권 상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검찰조사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검찰조사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으로 번진 미투 운동. 지금까지는 진보 진영 인사를 대상으로 한 폭로만 나온 상황이다.

20일 방송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는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 운동이 진보 진영에 집중된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이날 패널로는 최민희 전 의원과 장예찬 시사평론가가 나왔다.

정치권 미투 운동에 대해 장씨는 "지금 주로 폭로가 되는 곳은 여의도 옆 대나무숲이라는 국회 보좌진 익명 커뮤니티다"라며 "실명으로 폭로를 하면 자신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평판이 나빠지기 때문에 익명 폭로에 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전 의원은 "지금의 미투는 단순히 일상적인 성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권력 위계 속에서 위력에 의해 성과 관련된 행위를 강요하고 그리고 죄의식이 없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 미투가 더불어민주당 쪽 인사들 위주로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장씨는 "기본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분들의 성의식이 자유한국당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운동권 문화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젊은 시절부터 운동권 대표 주자로 나섰던 분들은 거의 우상화되는 경향이 있었고 현재도 민주 진영에서 팬덤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폭력은 쓰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이 위력이나 권력에 의한 성관계가 아닌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이 자신에게 국민들이 대리 위임해 준 인기와 명예, 권력을 정말 폭력이나 마찬가지로 잘못 인식하고 휘두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뉴스1]

[사진 뉴스1]

최 전 의원은 "저는 전여옥 작가의 말을 주목하는데, 여의도에는 안희정과 비교할 수 없는 미투 대상들이 있다고 말했었다"며 "국회가 더 폐쇄적이고 더 고백할 수 없고 고백하면 국회 내에서 어느 의원실에서도 일자리를 못 얻는 폐쇄적인 시스템 때문에 현재 고발을 한 여성들이 더 용기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운동권 문화라고 얘기하는 건 너무 추상적이고 민주화운동권에 대해 모독인 것 같다"며 "예를 들어 콕 집어서 안희정 지사가 문제가 된 것이다. 민병두 의원이나 정봉주 의원은 다른 케이스고, 위력에 의해 가해를 한 경우는 안 전 지사다"라며 미투 운동과 운동권을 연관짓는 시각에 대해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20일 현재 미투 고발글이 삭제돼 있다. 관리자는 "고발한 분이 자신의 신변보호를 위해 삭제 요청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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