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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스톡홀름,헬싱키..북ㆍ미 정상회담 앞두고 곳곳에서 외교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5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은 물론 스웨덴ㆍ핀란드 등지에서 각국 간 탐색전이 치열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17~1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ㆍ미ㆍ일 안보실장 협의를 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9일 밝혔다. [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17~1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ㆍ미ㆍ일 안보실장 협의를 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9일 밝혔다. [연합뉴스]

 한ㆍ미ㆍ일 안보수장은 17~1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및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협의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9일 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만난 것은 지난 1월 북한의 평창 겨울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국면 이후 두 달여만이다.

 김 대변인은 “참석자들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앞으로 수 주간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정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말 북ㆍ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ㆍ미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샌프란시스코 협의에서는 주로 한ㆍ미 양자 간에 집중적인 협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차원의 고위급 회담에 남측에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 북측에선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북한이 북ㆍ미 정상회담 관련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선 남ㆍ북ㆍ미 간 간접 접촉도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20~21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을 파견했다. 미국 측에선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 대사와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북한 전문가인 밥 칼린 등이, 우리 측에선 신각수 전 주일 대사와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등이 헬싱키에 도착했다.

핀란드에서 열리는 남북한과 미국 인사들이 참석하는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서우두공항을 통해 핀란드로 출국했다. 탑승수속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최 부국장의 모습. [연합뉴스]

핀란드에서 열리는 남북한과 미국 인사들이 참석하는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서우두공항을 통해 핀란드로 출국했다. 탑승수속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최 부국장의 모습. [연합뉴스]

 핀란드 외교부의 미국ㆍ아시아 지역담당 책임자는 AFP 통신에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학자와 관료의 일상적인 만남”이라고 말했지만 한ㆍ미 양국의 전직 관료와 북한 전문가들이 모이는 만큼 북측이 대미관계나 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북한 이용호 외무상은 15~17일 스톡홀름에 머물며 마르고트 발스트롬 스웨덴 외교부 장관과 회담했다. 스웨덴 외교부는 17일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관련한 기회ㆍ도전을 비롯해 북핵, 대북제재,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문제 등에 대해 양측이 논의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북한과 수교하고 있는 국가로 북한과 국제사회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AP통신 등은 “이번 회담은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비한 양측의 치밀한 탐색전”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 외교이사회 참석차 브뤼셀에 머물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8일 발스트롬 장관과 만나 이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 결과를 들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왼쪽 가운데)과 마르고트 발스트롬 스웨덴 외무장관(오른쪽 가운데) 등과 스톡홀롬에서 비공개 회담을 하고 있다. [스웨덴 외교부 제공]

이용호 북한 외무상(왼쪽 가운데)과 마르고트 발스트롬 스웨덴 외무장관(오른쪽 가운데) 등과 스톡홀롬에서 비공개 회담을 하고 있다. [스웨덴 외교부 제공]

 중국과 일본의 외교적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일 대화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김정은과의 만남을 중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또 한ㆍ미 양측에 회담 과정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거론해 달라는 요청도 하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그동안 북핵 문제의 ‘중재자’ 지위를 누려왔던 중국은 북한에 대한 독점적 위상이 흔들리면서 한국과 북한을 통한 레버리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이달 28~29일 한국을 찾는다. 시 주석은 이르면 이달 말 북한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미ㆍ북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지, 일ㆍ러는 자신들을 제외한 4자회담 형식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있고 그러한 국익 손실을 차단하기 위해 지금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ㆍ위문희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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