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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냈다! 썰매 탄 태극 전사, 이탈리아 꺾고 동메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에 1:0으로 승리했다. 경기후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80317

17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에 1:0으로 승리했다. 경기후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80317

'썰매 탄 태극전사'가 해냈다.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사상 첫 패럴림픽 메달을 따냈다.

이탈리아와 3-4위전 4분 남기고 장동신 결승골 #패럴림픽 세 번째 도전만에 값진 동메달

서광석 감독이 이끈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랭킹 3위)은 17일 강원도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장동신(42·강원도청)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2010 밴쿠버(6위)와 2014 소치(7위) 대회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한국은 세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신의현(38·창성건설)이 크로스컨트리 15㎞에서 동메달을 딴 데 이어 한국 선수단의 두 번째 메달이었다. 한국이 한 대회에서 2개 이상의 메달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알파인 스키 한상민), 2010 밴쿠버 대회(휠체어컬링)에선 각각 은메달 1개씩을 따냈다. 신의현이 같은 시간 평창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7.5㎞ 1위에 올라 한국은 3번째 메달을 따냈다.

랭킹 5위인 이탈리아는 악연의 상대였다. 상대전적은 7승9패로 큰 차이가 없으나 고비 때마다 한국의 발목을 붙잡았다. 2014 소치 대회에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1-2로 패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예선에서도 슛아웃 끝에 3-4로 진 적이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벌인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이겨 자신감이 넘쳤다. 이종경(45·강원도청)은 "세계선수권 3·4위전에서 설욕하고 싶었는데 이탈리아가 올라오지 못해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꼭 그 빚을 갚아주겠다"고 별렀다.

정승환 &#39;집념&#39;   (강릉=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7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이탈리아 경기에서 한국 정승환(오른쪽)이 상대 선수와 퍽을 다투고 있다. 2018.3.17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승환 &#39;집념&#39; (강릉=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7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이탈리아 경기에서 한국 정승환(오른쪽)이 상대 선수와 퍽을 다투고 있다. 2018.3.17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피리어드는 0-0으로 끝났다. 지안루이지 로사가 티잉(썰매 끝부분으로 상대 썰매 옆을 부딪히는 반칙)으로 마이너 페널티(2분간 퇴장)를 받으면서 파워플레이를 펼쳤으나 득점엔 실패했다. 이탈리아의 반격도 매서웠지만 골리 이재웅(22·강원도청)이 잘 막아냈다. 한국은 1피리어드 막판에도 소나기 슛을 날렸으나 이탈리아 골리 가브리엘 아라우도에게 막히고 말았다. 한국은 유효슛 숫자 4-2로 앞서는 등 오랫동안 퍽을 잡았지만 골은 터트리지 못했다.

2피리어드 첫 슈팅도 한국이었다. 김영성(35·강원도청)이 1분50초 만에 강력한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김영성은 1분 뒤 다시 한 번 슛을 때렷으나 이번에도 선방에 걸렸다. 한국은 이후에도 정승환(32·강원도청), 이종경이 잇따라 슛을 날리는 등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이탈리아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중반 흐름은 이탈리아가 잡았다. 줄곧 웅크리고 있던 이탈리아는 김영성이 홀딩으로 페널티를 받은 이후 공세로 돌아섰으나 득점으로 연결하진 못했다.

3피리어드에선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졌다. 한 골 싸움을 벌인 두 팀은 밀고 밀리는 다툼을 펼쳤다. 승부는 경기 종료 3분 18초 전 갈라졌다. 이종경의 패스를 받은 정승환이 왼쪽을 파고든 뒤 골문 앞으로 패스했고, 장동신이 가볍게 스틱을 갖다대 골망을 흔들었다.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렸던 장동신은 이번에도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이탈리아는 마지막에 골리를 빼고 필드플레이어를 투입하는 엠티넷 작전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17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에 1:0으로 승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 한민수 선수를 안아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80317

17일 오후 강릉하키센터에서 진행된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에 1:0으로 승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 한민수 선수를 안아주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80317

한편 이날 경기장엔 약 5000명의 관중이 태극기의 파도를 만들어냈다. 1피리어드엔 관중석이 빈 모습이었지만 2피리어드부턴 입석 입장권 소지자들이 좌석을 메웠다. 티켓 판매소에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 새러 머리 여자 하키 대표팀 감독도 경기장을 찾아 한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경기 뒤 신의현의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자 강릉 하키센터는 떠날 듯한 함성으로 가득찼다. 선수들은 빙판 위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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