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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에 ‘안경선배’ 있다면 휠체어컬링엔 ‘안경삼촌’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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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 휠체어컬링대표팀 스킵 서순석(왼쪽)이 15일 영국전 직후 동료들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뉴스1]

한국 휠체어컬링대표팀 스킵 서순석(왼쪽)이 15일 영국전 직후 동료들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뉴스1]

‘오(五)벤져스.’

오늘 노르웨이와 4강전, 첫 금 노려 #선수들 경기 내내 의논해 ‘반상회팀’ #5명 모두 성 달라 ‘오벤져스’ 별명도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별명이다. 대표선수 5명의 성(姓)이 모두 달라 이런 별명이 붙었다.

한국은 15일 끝난 휠체어컬링 예선에서 9승2패를 기록, 1위로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한국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50.8세다. 비교적 고령 선수로 구성된 이 팀에서 스킵(주장) 서순석(47)이 중심을 잘 잡았다. 선배인 정승원(60)·방민자(56)와 후배인 차재관(46)과 이동하(45) 사이에서 그는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팀을 세계정상급으로 이끌었다.

국내 팬들은 한국 휠체어컬링팀을 ‘반상회 컬링 팀’이라고 부른다. 선수 전원이 경기 내내 작전을 상의하며 쉴새없이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때론 티격태격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소통은 한국 휠체어컬링이 패럴림픽 예선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던 비결이다. 주장인 스킵의 지시가 절대적인 다른 팀과는 다른 모습이다. 백종철(43) 휠체어컬링대표팀 감독은 “서순석 선수의 작전 운영 능력은 비장애인 선수들이 배워야 할 만큼 뛰어나다. 다른 동료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팀을 이끈 덕분에 좋은 투구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10차전 대한민국과 영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서순석이 스톤을 바라보며 기합을 넣고 있다. [강릉=뉴스1]

15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10차전 대한민국과 영국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서순석이 스톤을 바라보며 기합을 넣고 있다. [강릉=뉴스1]

중국전을 마친 뒤 서순석은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의견을 나누는 방법”이라며 “선수들의 성향이 서로 달라 다투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솔직하게 흉금을 털어놓으면서 팀워크를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각자 색깔은 다르지만 함께 뭉쳐서 아름다운 빛깔을 드러내는 무지개 같은 팀”이라면서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모두 좌절을 겪어본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게 우리 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이 열린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은메달리스트 김은정과 벤쿠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은메달리스트 서순석이 성화 최종 점화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평창=뉴스1]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이 열린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은메달리스트 김은정과 벤쿠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은메달리스트 서순석이 성화 최종 점화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평창=뉴스1]

1993년 뺑소니 교통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서순석은 2009년 11월 지인의 소개로 휠체어컬링을 처음 접했다.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패럴림픽에 참가한 그는 “휠체어컬링을 통해 삶이 바뀌었다. 컬링은 곧 내 삶의 전부”라고 말했다. 경기 내내 냉철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때론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서순석의 모습은 지난달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컬링대표팀의 ‘스킵’ 김은정(28)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여자컬링대표팀에 ‘안경선배’가 있다면, 휠체어컬링 대표팀엔 ‘안경삼촌’이 있다”는 말도 나왔다. 서순석과 김은정은 지난 9일 평창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 점화자로 함께 성화대 불을 환하게 밝힌 인연이 있다. "안경 삼촌이라는 별칭을 댓글을 통해 봤다"던 서순석은 "그렇게 많이 불러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휠체어컬링대표팀 스킵 서순석. 강릉=김지한 기자

휠체어컬링대표팀 스킵 서순석. 강릉=김지한 기자

16일 노르웨이와 준결승전을 치르는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평창패럴림픽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 획득을 노린다. 서순석은 “비장애인 여자컬링대표팀이 못 딴 금메달을 우리가 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했던 북한의 마유철(27)·김정현(18)은 일정을 마치고 15일 돌아갔다. 북한의 김문철 선수단장은 남측 관계자들에게 “유일한 분단국에서 경기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고 말한 뒤 북한으로 귀환했다.

강릉=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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