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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기금활용「선수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여소야대의 국회를 의식한 경제정책 입안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3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된 석유사업기금활용방안 (유가인하와 5천억원규모의 구조조정사업) 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애초 석유사업기금문제가 당국의 주요 정책이슈로 부각된 것부터가 돈이 많이 남으니 급한 쪽에 돌려써야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보다는 국회가 개원되고 나서 야당측이 석유사업기금 처리문제로 정치공세를 펼 경우에 대비,「선공」의 방법을 찾기위한 것이었다.
즉 올해 추가조성분까지 합쳐 모두 1조2천억원 정도가 될것으로 예상되는 석유사업기금을 이러이러한데 쓰겠다는 명세를 미리 내보임으로써 의혹이나 정치공세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뜻이었다.
다른때 같으면 기금이 쌓이는 것을 보아가며 그때그때 필요한 곳에 쓰는 정책의 유연성을 지닐수가 있었지만, 올해는 돈도 들어오기전에 사용처를 미리 못박음으로써「제멋대로 쓴다」는 비난은 피하게 됐으나 상황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은 그만큼 희생되었다고 할수있다.
다음으로 정작문제가 되어 부처간의 논의가 많았던 것이 바로 사용방법상의 문제였다.
5천억원의 구조조정자금을 과거처럼 산은등에 예탁하여 곧바로 집행을 하느냐, 아니면 재정투융자특별회계에 맡겨 국회의 동의과정을 거치느냐 하는것을 놓고 막판에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
논란끝에 정부와 민정당은 후군의 방법을 택했다.
전자의 방법도 불법은 아니지만「국민의 돈을 정부마음 대로 쓴다」는 비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자의 방법은 국회를 거쳐야 하므로 빨라야 올 10월이후에나 정책집행이 이루어져 자칫 돈을 쌓아두고도 정책이 실기할 소지가 있다.
이런 것이 일반국민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대표적인 민주화의 코스트 인지도 모른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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